병원장·학원장 등 재력가와 금융사 직원이 공모해 1000억원 규모의 주가 조작을 벌인 종목이 DI동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식이 알음알음 주식시장에 퍼지면서 DI동일 주가는 20% 이상 급락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해당 종목이 급락하는 등 시세가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해 한국거래소와 함께 후속 조치를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DI동일 본사 사옥. /DI동일 제공

지난해 초 2만5000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DI동일은 작년 말 5만원까지 오른 뒤 올해까지도 4만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단순히 주가 움직임만 보면 이상 급등에 따른 주가 조작을 의심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하지만 당국은 해당 종목 거래에 이상 거래를 포착했다. 아무런 경제적 이익이 없이, 거래 비용을 들여가면서 주식을 이 계좌에서 저 계좌로 옮기는 매매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거래량을 늘리려는 매매로 보고 시세조종 여부를 조사했다. 이후 거래가 이뤄진 계좌 간 공모 관계를 파악했다.

특히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관련법이 마련된 이후 처음 해당 종목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자들의 계좌를 동결했다. 당국의 수사가 은밀하게 이뤄진 덕분에 동결된 계좌에 주식의 상당액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관련 계좌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 이익이 10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23일 금융당국은 종합병원과 한의원, 대형학원을 운영하는 재력가들이 1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1년 9개월 동안 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주가를 조작해 4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혐의자들의 금융 계좌를 지급 정지 조치하고, 이들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당국은 해당 종목이 행동주의 펀드와 연관이 있고 경영권 분쟁 이슈도 발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전직 사모펀드 출신 인사와 관련해서는 당국이 추가 혐의점을 조사 중이다.

실제 DI동일은 지난해 대주주와 소액주주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급등락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주권 거래를 일시 정지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DI동일은 섬유소재와 전기전자 부품용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업체다. 연간 7000억원 안팎 매출(연결 기준)을 내고 있고, 영업이익은 수십억원 규모다.

금융 당국은 “해당 기업이 이번 주가 조작과 연루된 정황 증거는 확보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