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스위스의 한 은행과 미술품 투자 기업은 파블로 피카소가 1964년 그린 그림(Fillette au Béret)을 4000개의 토큰 증권(STO·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만들어 판매했다. 약 50명이 이 토큰 증권을 사들여 약 70억원으로 평가받는 이 그림의 소유권 일부를 갖게 됐다.

‘조각 투자’란 개인이 혼자 투자하기 어려운 고가 자산을 지분 형태로 쪼갠 뒤 여러 명이 함께 투자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고가의 미술품, 상업·주거용 부동산, 음악 저작권·콘텐츠, 와인이나 희귀한 스포츠카 등이 투자 대상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조각 투자 시장 규모는 음악이 3399억원, 미술품 963억원, 부동산 653억원, 한우 35억원 등으로 추정했다. 2030년이면 300조원대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각 투자는 소액 투자자에게도 고급 자산에 투자할 기회를 열어주는 만큼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만큼 사기성 상품 등에 손댈 위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조각 투자는 관련 상품을 내놓는 발행사에서 직접 투자하거나 아니면 일명 ‘조각 투자 거래소’를 통해 이뤄졌다. 조각 투자 거래소는 증권사나 투자 중개업 인가를 받은 회사(발행사)가 부동산·시계 같은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증권화한 뒤, 거래소에 상장해 거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이 시장과 관련된 규정이 없어 정부는 한시적 조건부 신기술을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그동안 조각 투자 거래소 운영을 허가해 왔다. 국내에는 4곳의 조각 투자 거래소가 운영돼 왔지만, 대부분의 투자는 발행사 자체를 통해 이뤄져 왔고, 거래소를 통한 매매는 145억원에 불과했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조각 투자 거래소를 정식으로 허용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조각 투자 증권이 한 곳에서 거래될 수 있는 장외거래소가 등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