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 펀드 관련 이견을 좁히지 못해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상호 관세가 당초 합의한 15%에서 기존 25%로 다시 올라갈 경우 한국이 연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관세가 260억달러(약 35조원)가 넘는다는 추산치가 나왔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6일 낸 보고서에서 상호 관세 15%를 적용할 경우 한국은 연간 249억4000만달러를 미국에 지급한다고 추산했다. 한미 양국은 7월 말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 및 자동차·부품 품목별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해 미국 조선업 등에 투자하는 데 합의했다. 3500억달러는 지난달 국내 외환보유액(4163억달러)의 84%에 달하는 규모다. 투자 펀드 운영 방식을 놓고 한국은 보증 등 금융 패키지 형태를 고수하는 반면, 미국은 현금 출자를 요구해 입장 차가 큰 상황이다.
박 연구원은 상호 관세 25%를 적용하면 관세로 나가는 금액이 연간 510억1000만달러(약 70조원)에 달한다고 봤다. 상호 관세가 10%포인트 높아질 경우 추가로 260억7000만달러(약 36조원)를 더 내야 하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협상에 추가 개선이 없으면 한미 구조적 경제력 격차 우려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중장기 우상향(원화 가치는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