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34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매도 우위의 거래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피 지수가 오르면 수익을 내는 구조인 국내 주식형 ETF를 매도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은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모멘텀을 회의적으로 판단하는 개인 투자자가 다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한 코스피 지수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하더라도 단기 고점 부담을 느끼는 개인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 꺼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사의 실적 개선이 뚜렷하지 않을 경우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F로 개인 투자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9월 들어 국내 주식형 ETF에서 개인 투자자 자금 5500억원 이탈
16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개인은 국내 주식형 ETF 370개를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총 5515억원 순매도했다.
코스피200 지수의 하루 상승·하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레버리지는 개인의 순매도 규모가 2674억원으로 가장 컸다. 일간 변동 폭을 두 배로 추종해, 지수가 오르면 두 배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떨어지면 두 배 손실을 보는 코덱스 코스닥150레버리지 역시 개인 순매도 규모가 2137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코스피200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코덱스 200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 200도 이달 들어 개인이 각각 945억원, 211억원 순매도했다. 그동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수 추종 ETF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의미다.
개인은 대신에 높은 분배금을 노려볼 수 있는 ETF인 코덱스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이나 조선 관련 ETF인 타이거 조선톱10, 신한자산운용의 솔(SOL) 조선톱3플러스 등을 추가로 사들였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한 이차전지 관련 ETF도 순매수 규모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증시 전반의 상승보다 고배당주 등 특정 종목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개인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6월과 7월 국내 주식형 ETF를 각각 8931억원과 1조1679억원 순매수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지속했다. 하지만 지난 7월 31일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 발표 후 증권 투자 과세 강화 방침에 실망한 매물이 출회하면서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8월엔 순매수 규모가 435억원으로 줄었고, 이달 들어선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국내 주식에 실망한 개인은 해외 주식 ‘머니 무브(자금 이동)’로 대응했다. 해외 주식형 ETF를 지난 6월 2313억원 순매도했던 개인은 7월 2370억원 매수 우위로 돌아섰고 8월 3583억원, 9월 3897억원 등으로 순매수 규모를 확대했다.
◇코스피 지수 사상 최고치 랠리에도 개인은 7일 연속 순매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등 국내 주가지수 추종형 ETF에서 개인 투자 자금이 빠지고 있다는 것은 국내 증시의 추가 강세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실제로 9월 들어 코스피 지수가 매일 상승해 지난 10일에는 3300선을 뚫으며 사상 최고치 랠리를 시작했지만, 개인은 국내 주식형 ETF를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도 후 지난 11일에서야 34억원 순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당장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 11일 기준 7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국내 주식의 추격 매수에 소극적이다.
증권가에서는 개인이 다시 국내 주식형 ETF 투자에 나서려면 정책 외 기업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현재 6월 이후부터 실적 개선보다는 정책 효과로 밸류에이션(Valuation·평가 가치)이 재조정된 효과가 더 컸다”며 “국내 증시 상승세가 유지되고 개인 매수세가 나타나려면 실적이 뒷받침되는 움직임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