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연일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거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곧 차익 실현에 따른 조정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각에서 글로벌 증시 버블론과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등을 제기하고 있다.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고 본 투자자들이 인버스 ETF에 시선을 돌렸는데, 일반 인버스 상품보다 기대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레버리지 인버스에 자금이 쏠렸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11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전날 개인들은 코스피 지수의 일일 하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1084억원 규모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2위는 255억원 규모로 사들인 ‘KODEX 인버스’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3314.53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 증시가 신기록을 세운 날 개인 투자자들은 인버스 상품에 1300억원 넘게 베팅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9월 들어 1일을 제외하고 7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이 기간 5.5%나 급등했고, 이날 역시 오전 10시 30분 기준 3330선에서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들은 상승세를 이어가던 2~10일 사이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4075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특히 지난 2거래일 동안 하루에 1000억원 이상씩 대규모로 투자했다. KODEX 인버스 ETF도 844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이들은 코스피 지수가 단기간 빠르게 오른 만큼 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인버스 상품을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린 모습이다. 통상 기초자산의 일일 상승·하락률을 2배씩 따르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단기 투자 상품으로 활용된다.

특히 최근 증시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할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하며 상승세를 보인 측면이 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9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실제로 대통령이 관련 입장을 밝히면서, 기대감은 현실화됐지만 향후 재료 소멸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에 대해 “주식시장 활성화가 그로 인해 장애를 받을 정도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굳이 50억원 기준을 10억원으로 반드시 내려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논의는 국회에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일부 조정이 올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보다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이어지면 글로벌 자산 시장에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간밤 발표된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1% 하락해 시장 예상치(0.3% 상승)와 반대였다.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빨리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연내 3번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밤에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전 다양한 이벤트가 있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주식은 조정 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