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개인 투자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매수액이 매도액보다 많은 것)한 상위 100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개인 순매수 상위 100종목의 평균 수익률보다 3배가량 높았다. 개인은 많이 사들인 종목 100개 중 절반 가까이가 주가가 하락했을 정도로 투자 성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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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순매수 주가 상승률, 개인의 두 배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 6월 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코스피지수는 22.8%, 코스닥지수는 12.5% 올랐다. 이 기간 개인이 순매수한 종목 1378개의 주가는 평균 5.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관이 순매수한 종목 1105개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4.0%, 외국인 순매수 종목 1351개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0.2%에 달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개인보다 두 배 안팎 높은 성과를 낸 것이다.

순매수 규모가 큰 상위 100개로 좁혀 보면 격차는 더 벌어졌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상위 100종목이 평균 10.9% 오르는 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한 상위 100종목은 각각 평균 37.9%, 32.3% 상승했다. 3배 안팎으로 차이가 커졌다. 순매수 상위 10개의 경우, 개인·외국인·기관이 각각 사들인 종목 중 겹치는 종목이 하나도 없었다.

주가가 뒷걸음질친 종목도 외국인과 기관보다 개인이 집중 매수한 종목 중에서 훨씬 더 많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간 개인 순매수 상위 100종목 중 44개의 주가가 하락했다. 개인이 많이 산 10종목 중 순매수 6위(2630억원)인 한화솔루션은 2.85%, 순매수 8위(2390억원)인 아모레퍼시픽은 10.5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0종목 중 주가가 내린 것은 10개, 기관은 3개에 그쳤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은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고, 기관 순매수 상위 10종목도 순매수 1위(5090억원)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고 모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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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더 공격적 투자 성향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투자 성적이 갈린 것은 투자 성향이나 전략 차이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인은 외국인이나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중소형주를 더 적극적으로 사들였고 코스닥시장 투자도 더 활발했다. 개인의 순매수 상위 100종목 중 코스닥 상장사는 39개에 달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2개, 24개에 그쳤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투자 비중이 큰 코스닥시장 반등 여부가 수익률 격차를 좁힐 주요 변수”라며 “정책과 장기 금리 전망 등에 따라 성장주 중심인 코스닥시장에도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 투자자는 주가 상승 국면에서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 고점에 물린 경우도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종목별 개인의 평균 매수 가격(거래 대금을 거래량으로 나눈 것) 추정치와 10일 종가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따져봤더니, 개인 순매수 상위 100종목의 추정 수익률은 마이너스(-) 4.4%로 집계됐다.

개인 순매수액 1위(2조4800억원)인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 100일간 24%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의 네이버 평균 매수가는 24만5015원으로 10일 종가(23만3500원) 기준 4.7% 평가 손실을 기록 중이다. 네이버 주가는 회사 대표를 지낸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지명 등과 맞물려 지난 6월 29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두 달 넘게 조정을 겪고 있다. 개인 순매수액 3위(6030억원) 카카오페이도 지난 100일간 주가 상승률이 40%가 넘지만, 평균 매수가(7만3124원) 대비 현재 개미 추정 수익률은 마이너스 27%로 부진하다.

증권가에선 코스피지수 최고가를 이끈 외국인과 기관이 연말까지 증시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지속과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 현행 유지 등 정부의 증시 친화적 기조가 상승장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