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개가 넘는 펀드가 사무수탁사 직원의 황당한 실수로 ‘가격 없이’ 하루를 맞이했다. 펀드 기준가격이 제때 공시되지 않으면서 해당 펀드를 취급하는 운용사와 판매사들은 기준가격이 새로 올라올 때까지 관련 영업을 멈춰야 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을 포함한 8개 자산운용사 펀드 1566개의 이날 기준가격이 오전 한때 반영되지 않았다. 사무수탁사인 KB펀드파트너스가 기준가격을 제때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무수탁사는 운용사를 대신해 펀드의 기준가격을 계산하고 공시하는 백오피스 전문기관이다. 통상 사무수탁사는 전날 밤 펀드 기준가격을 이튿날 기준으로 업데이트한 뒤 한국예탁결제원 정보수집 시스템(e-SAFE)에 전송한다. 이 기준가격은 이후 판매사와 담당 운용사 시스템에 반영돼 펀드 영업 및 업무 활동에 활용된다.
KB펀드파트너스의 업무 담당자는 전날 기준가격을 예탁원 시스템에 송신했다고 착각했다. 이 착오는 다음날 아침에서야 발견됐다. 담당자는 오전 9시 26분쯤 뒤늦게 기준가격 내역을 공시했지만, 급하게 수동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463개 펀드의 비거주자 과표기준가격을 다시 정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오전 10시 20분쯤 모두 정상화됐다.
기준가격은 펀드의 가치를 하루 단위로 산출한 수치로, 투자자의 매수·환매 기준이 된다. 이 가격이 제때 공시되지 않으면 펀드 거래 자체가 어려워 영업 현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기준가격이 올라오지 않아 거래를 할 수 없어 투자자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준가격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해당 펀드를 취급하는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와 운용사에선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준가를 써야 하는 은행 등 판매사들이 아침 7시면 예탁원 자료를 받아 회사 시스템에 적용하는데, KB펀드파트너스의 기준가 누락으로 이를 제때 반영 못 했다”며 “비정상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기준가격 누락 사태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가 965개로 대부분이었다. 그 외 계열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펀드 154개,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펀드 152개 등이 뒤를 있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번 대규모 기준가 누락 사태 이후 추가적인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무수탁사와 협업 및 기준가 산출 프로세스를 점검할 방침이다.
KB펀드파트너스도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판매사에 전달했다. 회사는 우선 공시누락 여부를 자동으로 확인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했고, 이달 30일까지 공시가 빠지면 후행 작업이 진행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계획이다. 개선 완료까지는 수기로 직접 이중 점검하기로 했다.
KB펀드파트너스 측은 “향후 기준가격 공시 지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배상에 대해선 법령과 계약에 따를 것”이라며 “수정된 비거주자 과표기준가격으로 발생한 판매사 민원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