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보호를 내세운 주주 플랫폼 ‘액트(운영사 컨두잇)’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쪽과 금전 계약을 맺고, 이들을 위해 소액주주 연대를 조직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양측 입장을 듣고 소액주주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쪽을 지원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는 세력을 지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는 현행법상 제재가 어려워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수주주 플랫폼 '액트' 로고. /액트 제공.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액트 운영진은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이 본격적인 지분 경쟁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4월, 고려아연에 용역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문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플랫폼인 액트의 영향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액트는 고려아연과 체결한 용역 계약 일부를 이후 최윤범 회장의 특수관계사 영풍정밀(KZ정밀)로 변경했고, 영풍 이사회 진입을 위한 협의도 진행했다.

액트는 소액주주들이 모여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고려아연과의 컨설팅 계약 의혹이 불거지면서, 소액주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계약 상대를 위해 여론을 움직이려고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이상목 액트 대표는 “(의결권을 몇 퍼센트까지 모아주겠다는 등의 말은) 일하는 과정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맞지만,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어느 기업에 가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냐”고 해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고려아연을 지지했던 이유는 소액주주 관점에서 주주환원율이 78%에 달하는 등 ‘모범사례’에 적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도 “액트 운영사 컨두잇의 여러 서비스 중 주주총회 자문 관련 용역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10일 주주연대범연합 개인투자자 등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상장폐지 간소화 정책 개선 및 상법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액트가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기업 등과 컨설팅 계약을 맺으면서 관련 기업의 소액주주 자문도 동시에 진행했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일종의 기망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액트 플랫폼은 소액주주들의 주주권을 공정하게 행사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이것을 이용해 한쪽 편을 드는 것은 기망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영업 행위를 금융당국이 제재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미국의 경우 연방 증권거래법상 ‘포괄적 사기 금지’라는 조항을 토대로 증권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다양한 사기적 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포괄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사기 행위도 규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해당 조항을 모델로 한 부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의결권에 관련된 정보가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줬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소액주주 의결권을 모은 것과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정거래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의결권 자문 사업이 자본시장법의 규제 대상 업종으로 분류되지 않는 점도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은 포괄적 사기 금지 조항을 토대로 ‘위임 투표(proxy voting) 업무와 관련해 사기적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제가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조항이 없는 상황이고, 현행법상 의결권 자문 사업이 규제 대상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액트는 앞으로 주주가 아닌 회사와의 계약 전건을 즉시 공시해 플랫폼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