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로보틱스(옛 와이오엠)가 로봇 감속기 관련 신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추진한 14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제동이 걸렸다. 소액주주연대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법원이 이번 유상증자 시도가 회사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이 있다는 소액주주연대의 주장을 인정한 만큼,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생겼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아이로보틱스는 창원지방법원이 회사에 제기된 신주발행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앞서 김종수 외 5명은 아이로보틱스의 신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절차는 멈춰서게 됐다.
아이로보틱스는 지난달 4일 이사회를 열고 14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아이로보틱스혁신성장1호를 상대로 신주 895만1406주를 1주당 1564원에 발행하는 것이 골자였다.
아이로보틱스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로봇 감속기 관련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당장 올해 안에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액주주연대는 유상증자의 진짜 목적이 현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로보틱스혁신성장1호 유한회사가 납입을 완료하면 지분율 18.6%로 최대 주주에 올라서기 때문이다.
아이로보틱스는 2023년부터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최대 주주는 김영규씨와 특수 관계인으로 지분율 10.04%를 확보했다. 이들은 소액주주연대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아이로보틱스 이사회는 케이휴머스가 장악하고 있다. 케이휴머스는 올해 3월 기존 최대 주주였던 염현규 전 아이로보틱스 대표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며 지분율 5.11%로 최대 주주에 올랐으나, 김씨 등이 지분율을 끌어올리면서 이틀 만에 밀려났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올해 6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현 경영진 해임과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소액주주연대가 표 대결에선 우위였지만 ‘초다수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법상 임원의 해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참석과 참석 주식 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와이오엠은 정관에 초다수결의제를 반영해 그 기준이 더 높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이사 해임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 2분의 1 이상, 출석 주식 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소액주주연대와 현 경영진이 서로 공방을 주고받은 가운데 분쟁 장기화를 막기 위해 합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 회사에 악영향이라 주주로서도 좋은 방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로보틱스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일단 막히면서 로봇 감속기 신사업을 위한 새로운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로보틱스는 올해 6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9억원에 불과해 신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많지 않다.
아이로보틱스는 본안 소송에 법적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사업 진행 방향 등을 이른 시일 내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로보틱스 관계자는 유상증자 외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으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자 한다”며 “향후 계획은 적절한 시점에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알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