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키움·신한·삼성·메리츠·하나증권 등 5곳 증권사가 낸 발행어음 인가 신청에 대한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키움증권을 제외한 증권사 4곳에 대해 심사 중단 의견을 전달했지만, 금융위가 모든 증권사에 대한 심사를 재개하기로 한 것입니다.
증권사들은 한숨을 돌리는 모습입니다. 금융위가 최대한 많은 증권사에 발행어음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 것입니다. 특히 이들 증권사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발행어음 사업을 벌여온 한국투자증권이 막대한 이익을 내자 사업 인가 여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발행어음 후발주자들이 ‘한투 벤치마킹’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1조1479원을 달성하며,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리테일, 자산관리, 기업금융(IB) 등 전 분야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인 덕분입니다.
경쟁 증권사들은 한투가 역대 최고 실적을 낸 배경에 발행어음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고금리 시기에 발행어음에 연 5~6%대 중기물 회사채를 담아둔 것으로 알려졌다”며 “고객들에 연 3% 수준의 높은 금리를 제공해도 금리차가 2~3%포인트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고금리 상품을 운용하면서 고객 자금을 더 많이 빨아들이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올해 6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어음 발행 규모는 자기자본의 174% 수준인 17조9725억원입니다. 여기에 예상 금리차를 단순히 적용하면 발행어음 사업으로만 연간 3595억원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웬만한 중소형 증권사의 연간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이익이 나는 셈입니다.
발행어음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금융상품입니다. 증권사가 직접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으로, 증권사는 고객에게 약속한 이율을 보장하고 자기자본의 2배(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 더할 나위 없는 상품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함께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KB증권(10조5222억원·자기자본 대비 66%), 미래에셋증권(8조307억원·65%), NH투자증권(7조8658억원·104%)과 비교해도 발행 규모가 크지만, 수익률에서도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사업의 투자 전략 노출을 피하기 위해 외부에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발행어음 투자 성적은 한국투자증권이 다른 증권사를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기초 자산으로 신용도는 다소 낮더라도 금리가 높은 신용등급 AA 이하의 고금리 회사채를 주로 담고 있다”며 “다른 증권사와 투자 전략이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초우량채 시장은 기관 투자자들도 많아 자본 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운 만큼, 비우량 회사채에 투자해 일종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에 발행어음 사업에 소극적이던 증권사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됩니다. 초대형IB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안정성을 우선으로 했던 기존 발행어음 사업 기조를 바꿔 모험자본 중심의 투자로 옮겨가려고 내부 검토 중”이라며 “다만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고금리 회사채 발행이 줄어서 당분간은 수익률을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받고 있는 증권사의 관계자도 “사업 인가를 받는다는 가정하에 투자 전략은 한국투자증권와 유사하게 가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