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기술주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실제 성과를 내는 기업은 극소수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8월 27일 기준 테슬라, 엔비디아, 팔란티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를 따르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순이다. 언급된 상위 6개 종목 보유액만 540억 달러, 약 75조원이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술주의 특성상 업황과 개별 기술 전망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주를 투자할 때 전문가의 분석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차세대 ‘M7(마그니피센트 7)’으로 불릴 승자 기업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수란 조언이 나온다.

서용태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전략운용 부장이 28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서용태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전략운용 부장은 지난달 28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기술주 거품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앞으로 글로벌 증시를 이끌어 나갈 원동력은 결국 미국 기술주”라고 말했다.

서 부장은 “좋은 기술주를 가려내는 작업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했다. 그는 과거 하이테크, 네크워크 등 혁신 기술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승자 기업이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며 시장을 장악해 온 사례를 언급하면서 “나스닥 지수의 승자도 결국 7개 기업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부장은 “버블론은 기술주가 겪는 불가피한 시행착오의 과정”이라며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겨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시장을 통합해 나갈 수 있는 승자를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AI버블론 나오지만… 실제 매출 내는 기업 존재한다

최근 AI버블론에 대해 서 부장은 미국 기술주의 성장 동력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봤다. 서 부장은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주가 상승이 단순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주당순이익(EPS) 성장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AI를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가 단순 기대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같은 실제 인프라 기업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면서 “글로벌 IT 지출도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AI를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와 이에 따른 밸류체인 기업들의 수혜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기대 요인이다. 미국 정부는 감세 정책과 OBBBA 법안(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안)을 통해 기술 기업들에 연구개발(R&D)과 자본지출(CAPEX)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서 부장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같은 핵심 인프라 투자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뒷받침하고 있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화·고도화된 사이버 보안, 대체 불가 영역

그는 눈여겨 볼 섹터로 ‘사이버 보안’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7월, 미국 사이버 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오류로 공항과 항공사 시스템이 셧다운되고, 금융사에서 서비스 장애가 이어졌던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다.

서 부장은 “기술이 너무 복잡해 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전문 기업에 외주를 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서비스가 세분화·전문화되면서 기업별 전문성이 크게 높아졌다. 기술이 고도화된 만큼 되돌릴 수 없는 영역이 생겼고, 대체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 보안 분야는 앞으로도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서용태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전략운용 부장이 28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 여전히 미국 기술주 우위, 하반기 대외 환경도 우호적

올해 초 ‘딥시크’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계기로 투자자들이 주목한 중국의 가파른 기술 성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서 부장은 “미국 기술주의 우위가 쉽게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국가 주도의 기술 통제와 개인정보 이슈 등 구조적 한계가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엔 비상장 기업이 많아 현실적으로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시아와 유럽에서 더 많은 우호세력을 확보한 미국의 기술 연합이 중국에 우위를 빼앗기기는 쉽지 않다”는 게 서 부장의 평가다.

하반기 대외 환경 역시 미국 기술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계산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이 낮아진다. 기술주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는 효과가 나타난다. 조달금리가 낮아져 기업의 경영 환경이 나아지는 것도 있다. 다만 서 부장은 “이 같은 요인들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효과일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