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2대 주주로 있는 로보티즈가 10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 나선다. 최근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뒤 로봇 업종 주가가 뛰면서 자금 조달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로보티즈 주식은 28일 오후 4시 55분 넥스트레이드에서 8만5600원에 거래됐다. 이날 정규장 종가(9만3600원)보다 8.5%(8000원) 내렸다.

로보티즈 주가가 애프터마켓(After-Market·오후 3시 40분~8시)에서 급락한 이유는 유상증자 발표 영향이 크다. 신주를 발행하는 만큼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로보티즈 홈페이지 갈무리

로보티즈는 이날 정규장 마감 후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신주 134만9528주를 기존 주주(구주주)에게 배정한 뒤, 실권주가 나오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증자 비율은 기존 주식 1주당 0.1주다.

로보티즈는 이번 유상증자로 예정 발행가 7만4100원 기준 약 1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600억원은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고, 정밀 가공 시설 및 모터 생산 시설 확충 등에 쓴다. 나머지 400억원은 연구·개발(R&D) 등 운영비로 활용한다.

신주 발행가는 오는 11월 5일 확정, 공고될 예정이다. 신주 발행가에 따라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 규모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어 구주주 청약과 일반 공모를 거쳐 신주를 상장한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로보티즈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지능형 로봇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 팩토리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핵심 제품인 액추에이터(구동기)의 차세대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부품 내재화율을 높여 생산 원가를 절감,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로보티즈는 전환사채(CB)와 같은 메자닌 발행이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차입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했으나, 적절하지 않아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로보티즈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이 주주 권익 보호와 자금 조달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다만 로보티즈의 설명과 달리 일부 주주들은 갑작스러운 유상증자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노란봉투법 여파로 기업들의 자동화 투자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에 로보티즈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시점에 유상증자에 나선 것을 두고 “뒷통수를 쳤다”는 반응이 나왔다.

로보티즈 주가는 지난 21일 7만5900원에서 26일 장중 10만86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이후 차익 실현 매도 물량이 나오며 9만원대에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