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1인 시위 중인 고파이 피해자. /고파이 피해자 모임 제공

고파이(GoFi) 사태 피해자들은 2022년 11월의 시간 속에 갇혀 있다. 금융 당국과 국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서한과 탄원서 투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 사실을 알려왔지만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그동안 당시 2만2000달러선이었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최근 12만달러까지 치솟으며 5배 이상 뛰었다.

피해자 단체는 지난 5월부터 서울 세종대로 정부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각자 생업이 있다 보니 매일 단체 시위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낮 온도가 36℃까지 올라가는 한여름에도 이들은 매일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피해자 단체는 정부와 금융 당국이 답을 줄 때까지 불볕더위와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 예치 투자형 금융상품 고파이, 채무액만 1600억원

‘고파이(GoFi)‘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다. 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해외 운용사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을 통해 운용한 뒤 일정 비율의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였다. 핀테크(금융기술) 기반의 예치 투자형 금융상품과 같은 형태로, 머니마켓펀드(MMF)처럼 단기 유동성 자산을 투자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글로벌 거래소 FTX가 파산하게 되면서 운용사인 제네시스가 지급 불능 상태에 빠졌다. 고파이 상품에 예치된 이용자의 자산 출금 역시 막히게 됐다. 당시만 해도 제네시스 캐피털을 통해 피해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23년 1월 제네시스 캐피털이 결국 파산신청을 하게 되면서 10만명이 넘는 채권자 중 하나인 고팍스는 피해금을 상환받을 수 없게 됐다.

당시 고파이 피해 금액은 비트코인 약 1000개로 파악된다. 당시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2800만원. 하지만 지금은 1억5000만원이 넘어가면서 채무 금액도 5배가 넘게 급증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기준으로 고팍스가 갚아야 할 채무 금액은 1600억원에 달한다. 고팍스는 자본 잠식 상태로 지속적으로 부채 규모가 커져 사실상 자체 해결 능력을 상실했다.

고파이 피해자 모임이 금융당국과 대통령실 등에 송부한 피해사실 서류./고파이 피해자 모임 제공

유일한 해결책은 바이낸스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는 고팍스를 인수하면서 고파이 미지급금 상환도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바이낸스의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그동안 미국 등에서 바이낸스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불투명한 재무 및 사업 구조 리스크, 경영진 범죄 이력 등을 근거로 바이낸스의 임원 변경 신고 수리를 보류하고 있다. 바이낸스 경영진이 고팍스를 통해 한국에서도 자금세탁 등의 행위를 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 명확한 사유 없이 수리되지 않는 바이낸스 대주주 변경

그러나 바이낸스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모두 해소됐다. FIU가 문제로 지적한 창펑자오 전 최고경영자(CEO)는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등록 거래소 운영, 유가증권 관련 위반 등 13건의 혐의로 냈던 바이낸스 및 자오창펑에 대한 소송을 지난 5월 취하했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는 미국에 지사를 내고 정상적으로 영업 활동을 시작했다.

고파이 피해자들의 변론을 맡고 있는 심재훈 변호사는 “고팍스의 임원 변경 신고 건은 특정금융정보법에 기재된 신고 불수리 사유에 해당되는 바가 없음에도 FIU는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리도, 불수리도 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법령에 불수리에 대한 정당한 근거가 있다면 이를 거부하고 이에 대해 피해자 단체가 법적으로 다퉈볼 수 있는데, 이도 저도 아니게 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은 금융 당국으로서 굉장히 무책임한 행태다”라고 지적했다.

고파이 피해자 단체는 최근 가상자산 친화적 성향의 정부 기조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새 금융위원장이 임기를 시작하면 가상자산거래소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교체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파이 사태에 많은 관심이 쏠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파이 피해자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사효리 대책위원장은 “고팍스 사태는 단순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행정기관의 부작위가 불러온 구조적 참사다”라며 “피해자들은 젊은이가 대다수이고, 1억원 이하 소액 투자자가 90%에 이르는 만큼 사태 수습에 나서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