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건설기계의 HD현대인프라코어 흡수 합병을 위한 증권신고서가 금융감독원 문턱을 넘었다. 주주총회 등의 일정이 남은 가운데 주가 수준을 유지해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HD현대건설기계는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을 위한 증권신고서가 28일 효력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7월 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세 차례 정정을 거친 끝에 계획대로 합병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오는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승인받고, 2026년 1월 2일 자로 합병 등기를 신청해 같은 달 26일 합병 신주를 상장할 예정이다.

HD현대건설기계 홈페이지 캡처

첫 관문은 주주총회다. 합병 승인 안건의 경우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한다.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분율과 시장에서 두 회사의 합병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주주총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HD현대건설기계 41.06%, HD현대인프라코어 34.88%다.

남은 과제는 주식 매수 청구권이다. 주식 매수 청구권이란 합병과 같이 주주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주총회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보유한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HD현대건설기계 또는 HD현대인프라코어 주주가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려면 오는 29일부터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 시작 전까지 합병 반대의사 표시를 접수해야 한다.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통과하면 같은 날부터 10월 10일까지 주식 매수 청구를 신청할 수 있다. 10월 10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기간이 10월 13일까지로 연장된다.

문제는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 HD현대건설기계는 1500억원, HD현대인프라코어는 2500억원으로 빠듯하다는 점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이 금액을 넘어서는 주식 물량을 회사에 사달라고 청구하면, 차입 등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HD현대건설기계 주식 198만5572주, HD현대인프라코어 주식 2103만4918주보다 적은 수량이 매수 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두 회사의 유통 주식 수 대비 각각 11.1% 수준의 물량이다.

합병을 차질 없이 진행하려면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주가가, 회사가 제시한 주식 매수 가격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보다 낮으면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주주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회사가 제시한 매수가는 HD현대건설기계 7만5545원, HD현대인프라코어 1만1885원이다.

이날 오전 10시 25분 기준 HD현대건설기계 주가는 8만7800원, HD현대인프라코어 주가는 1만4110원이다. 각각 회사가 제시한 매수가보다 16.2%, 18.7% 높다. 다만 합병 발표 후 지난 7월에 주가가 회사가 제시한 매수가에 못 미쳤던 거래일이 종가 기준 8거래일 있었던 만큼, 남은 기간 주가 흐름이 중요하다.

현재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재건 수혜주로 꼽히면서 휴전 회담 등이 진행될 때 주가가 급등했다가, 교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 나타나면 급락하고 있다.

한 증권사 건설기계 연구원은 “남은 기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하지 않는 것이 두 회사 합병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HD현대그룹은 합병 ‘HD건설기계(가칭)’의 주력 사업인 건설 장비와 더불어 엔진, 유지·보수 사업 등을 키워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인 매출 14조8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