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리벨리온이 추진하는 자금 조달에 국내뿐 아니라 미국, 카타르, 홍콩, 대만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속속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JP모건을 글로벌 투자 자문사로 선정해 20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제작하는 리벨리온은 지난해 12월 SK텔레콤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과 합병해 몸값을 끌어올렸고, 최근 공개한 칩렛 기반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쿼드(REBEL-Quad)’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 전 기업가치(프리 머니 밸류에이션)는 1조5500억원으로, 주당 단가는 약 67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타르 국부펀드 카타르투자청(QIA)은 최소 2000만달러(약 280억원) 투자를 준비 중이다. QIA는 최근 한국에 투자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에 적극적이다. 현재 리벨리온과는 계약 전 최종 조건 합의서(텀싯·Termsheet)를 조율하고 있으며, ‘투자를 받을 경우 카타르 내 기업에 재투자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재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금융사 OCBC 산하 라이온엑스벤처스(LionX Ventures)는 600만달러(약 84억원) 투자를 결정하고 자체 투자심의위원회 승인을 마쳤다. 홍콩의 래플스 패밀리 오피스(Raffles Family Office)는 500만~1000만달러(약 70억~140억원)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에이수스(ASUS)의 자회사인 전자기기 및 부품 생산기업 페가트론(Pegatron)은 200만달러 투자를 확정했다.
미국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DST 글로벌과 모건스탠리,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소로스 캐피털 매니지먼트(Soros Capital Management)도 투자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아직 내부적으로 투자 금액을 결정짓지 못하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에서 분리된 중국 사업부 훙샨은 최소 2000만달러 투자 의향을 밝혔지만, 리벨리온 측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가 전략 기술인 AI 반도체 기업에 중국 자본이 유입되면 기술 유출 우려가 크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미국·유럽에서 중국 투자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리벨리온 자금 조달에 해외뿐 아니라 국내 기관도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어, 훙샨 자금 없이도 2000억원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