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메이드가 서울 워커힐 골프클럽에 퍼포먼스 스튜디오를 열었다. (테일러메이드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8월 26일 16시 1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패션 기업 F&F가 글로벌 골프 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위한 우선매수권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F&F 측에 인수금융뿐 아니라 총수익스와프(TRS),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의 자금 지원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정통 투자은행(IB)을 표방하며 영토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F&F가 메리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RS 및 RCPS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풋옵션 같은 회수 보장 장치가 필요한데, F&F가 이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TRS·RCPS를 통해 테일러메이드 인수대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F&F 측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테일러메이드 매각가가 5조원이라는 가정하에 F&F가 마련해야 하는 추가 자금은 1조원대 중반 수준으로 추산된다.

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우리은행,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복수의 은행 및 증권사가 F&F에 제안서를 냈거나 제출을 앞두고 있다.

인수금융의 경우 인수 대상 회사인 테일러메이드 지분을 담보로 삼지만 TRS는 다르다. F&F 주식이나 전환사채(CB) 등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해 TRS 계약을 맺는다. 즉 F&F의 기업가치와 신용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투자 이후 F&F가 일정 수준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면, 그 현금흐름으로 TRS에 대한 원리금을 상환하는 식이다. 메리츠는 그 대가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F&F는 매년 4000억~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회사다. 지난해 연결 영업익이 4500억원이었으며, 영업현금흐름은 약 40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 대비 영업현금흐름이 약 90%였다. 이익의 대부분이 실제 현금으로 들어왔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 금융기관은 TRS 상환 여력이 탄탄하다고 판단한다.

메리츠는 그 외에도 RCPS 발행을 통한 자금 지원을 함께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F&F가 RCPS를 발행해서 메리츠에 파는 방식이다. RCPS는 ‘상환권’ 때문에 발행사의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갖고 있지만, F&F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30%로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메리츠로부터 자금을 조달했을 때와 달리 부채 증가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다만 메리츠의 이 제안을 F&F가 받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TRS든 RCPS든 구조적으로 풋옵션 같은 조건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메리츠 입장에서 F&F의 주가가 떨어지거나 재무 성과가 약속한 수준에 미달할 경우를 대비해 하방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F&F는 풋옵션 없는 전략적투자자, 즉 2대주주로서 장기적으로 함께 할 투자자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메리츠 입장에서도 제안은 했지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메리츠는 최근 총 5조원 규모의 SK이노베이션 LNG 유동화 딜을 따냈으며 그중 3조원어치 전환우선주(CPS)의 셀다운(재매각)에 나선 상태다. 만약 외부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가 미미하면, 비는 부분만큼 메리츠 계열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F&F에 TRS와 RCPS 방식으로 1조원 이상 자금을 지원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평가한다.

아울러 테일러메이드를 둘러싸고 F&F와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메리츠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 F&F는 센트로이드가 자신들의 사전 동의 없이 매각을 추진한 점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해 온 반면, 센트로이드는 F&F가 매각을 방해할 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메리츠 관계자는 “(F&F 인수금융 및 자금 지원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