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8월 25일 16시 5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구강 영양제 ‘이가탄’으로 유명한 40년 업력의 전통 제약사 명인제약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몸값 눈높이를 크게 낮추고 나섰다. 지난해 명인다문화재단 출범 당시 최대주주가 출연한 주식의 주당 평가액(5만원)보다 상장 공모가 하단 가격이 10% 더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명인제약은 주당 8만5000원 수준 주당 평가액에 최대 47% 넘는 할인율을 적용했다. 글로벌 영업을 위한 상장사 타이틀 확보가 목표인데 따른 시장 친화적 몸값 제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상속 이슈 해결을 위한 몸값 누르기라는 추측이 따라붙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지난 21일 금융위원회로 증권신고서를 내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7월 말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심사 승인 결론을 받아 든 지 약 1개월 만으로, KB증권이 상장 대표 주관을 맡았다.
회사는 이번 상장에서 총 340만주를 구주매출 없이 전량 신주로 모집하기로 했다. 주관사와 주당 희망 공모가 범위는 4만5000~5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총 공모금액은 1530억~1972억원 수준이 될 전망으로, 상장 후 예상 몸값은 6570억~8468억원이다.
명인제약은 조현병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등 정신신경용제(CNS) 전문의약품 시장 1위 제약사로 1985년 설립됐다. 이가탄과 변비약 ‘메이킨’ 같은 일반의약품으로도 이름을 알리며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자체 현금으로만 성장했다. 현금성 자산만 2800억원에 달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주관사는 공모가 산정에 기업가치배수(EV/EBITDA)를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반기 기준 과거 12개월(LTM)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045억원에 유나이티드제약, 보령, 종근당 등 비교기업의 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 평균 7.9배를 적용했다.
당초 주당 평가액은 8만5500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회사와 주관사는 최대 47.4%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을 4만5000원으로 낮췄다. 상단에도 32.2% 할인율이 적용됐다. 2022년 이후 상장 기업 할인율 평균 32.8~19.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몸값은 대폭 낮아졌다. 명인제약의 주당 평가액 기준 시총은 1조2500억원 수준이었으나 공모가 하단 기준 657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명인제약은 주당순이익비율(PER)을 활용해 몸값을 산정했다면 시총 1조3300억원 이상 평가 시총 도출도 가능했지만, 눈높이를 낮췄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공신력 확보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최근 해외 제약사와 손잡고 조현병 치료제 개발에도 나선 상태다.
명인제약 측 관계자는 “회사는 그간 창업주인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의 신중한 경영 방침 하에서 40년 넘게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비상장으로 운영됐다”면서 “최근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하면서 상장사 타이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상장 추진”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명인제약의 공모 흥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안정적 재무구조와 영업실적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결 매출 2694억원, 영업이익 928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썼고,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1425억원, 영업이익 46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승계를 위한 저가 상장이란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1949년생인 이 회장이 지분 승계 수단으로 상장을 택했다는 것이다. 지분 승계 과정에서 세금 등 상당한 현금이 필요한 만큼 상장 이후 주식담보대출 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란 평가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 따르면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해 비상장사 주식을 평가할 때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함께 고려한다. 명인제약 최대주주 일가의 경우 회사의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우수해 많은 세금을 납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명인제약의 저가 상장 논란은 앞서 지난달 29일 국회에서도 거론됐다. ‘코스피 5000시대 실현을 위한 민주당이 할 일 기업편’ 국회 세미나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0년 동안 비상장사로 운영하다가 갑자기 승계를 할 때가 되니까 상장을 추진한다”고 지적했다.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우리나라 증시의 상황을 짚은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명인제약이 승계 작업을 한다고 해도 상장 후 시간이 지나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모 자체만 놓고 볼 때 경쟁사 대비 높은 수익률을 갖추고 비교적 낮은 공모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