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8월 26일 10시 5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아직까지 결론을 못 낸 가운데, 상법뿐 아니라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도 쟁점이 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상장사가 EB를 발행해 제3자에게 배정할 경우 ‘경영상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가처분을 신청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EB 발행이 정당한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서는 1·2차 가처분 사건의 병합 심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은 29일 열리는 2차 가처분 심문 이후에 나온다. 애경산업 인수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태광산업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전환사채(CB) 관련 자본시장법, 교환사채(EB)에 적용 가능?
26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태광산업이 3186억원 규모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제165조의10을 위반했는지 등을 심리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165조의10은 상장사의 사채 발행·배정에 관한 규정이다. 이 조항은 상장사가 EB를 발행할 경우 제165조의6 제1항 등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제165조의6 제1항은 상장사가 신주를 발행·배정할 때 적용된다. 원칙적으로는 주주가 가진 지분 비율에 따라 신주 인수 청약 기회를 줘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가 있을 때는 특정인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결국 상장사가 EB를 발행할 때도 이 같은 신주 발행 규정을 따르도록 한 셈이다.
트러스톤 측은 그동안 태광산업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사실상 CB 발행을 통한 신주 발행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주장해 왔다. 자사주를 시장에 풀어놓는 건 회사가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던 주식을 내놓는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 효과가 동일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위 자본시장법 조항들은 트러스톤 측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트러스톤 측은 태광산업이 추진하겠다는 신사업이 자본시장법에서 허용하는 ‘경영상 목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앞선 CB 관련 판례들에선 이번 태광산업과 같은 사유 정도로는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태광산업 측은 트러스톤이 1차 가처분을 신청한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화장품·에너지·부동산 개발 등 신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태광산업 측은 이 같은 신사업 추진이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경영상 목적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CB 발행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조항을 EB에 준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법 조항은 실권주를 처리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었을 뿐, ‘EB를 제3자에게 배정할 때 경영상 목적이 필요하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 1·2차 사건 본질 같아 병합 가능성… 늦어질 수록 애타는 태광
법조계에서는 트러스톤 측이 신청한 1차와 2차 가처분의 병합 심리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1차와 2차는 신청 대상이 다를 뿐, 본질은 EB 발행을 막아달라는 것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1차 가처분은 태광산업 이사들을 상대로 낸 것이다. EB 발행을 강행하는 건 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후속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2차 가처분은 태광산업 법인을 대상으로 한다. 마찬가지로 EB 발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두 가처분 사건은 상대방이 누구냐, 또 어떤 법적 근거를 갖고 있느냐가 다를 뿐 요청하는 내용은 결국 동일하다.
두 사건의 병합 여부는 오는 29일로 예정된 2차 가처분 심문기일까지는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병합한다면, 결과는 빠르면 내달 초에 나올 전망이다.
가처분 결정이 지연될수록 태광산업 입장에선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광산업은 앞서 지난 22일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인 티투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6000억원 규모의 애경산업 인수 본입찰에 참여했다.
티투PE에 흥국산업 등 태광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출자하더라도, 이번 인수의 키를 쥔 쪽은 태광산업이므로 EB 발행을 통해 천억원대 자금을 조달해야만 한다. 상반기 말 기준 태광산업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500억원 수준이었다. 태광산업은 당초 티투PE 펀드의 출자자로서 애경산업 인수에 간접 참여할 계획이었지만, 그 대신 공동 투자 형태로 애경산업 지분을 직접 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