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중국발(發) 저가 공세에 밀려 생존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를 향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정부는 20일 석유화학 업계가 먼저 자구책을 마련해야 정부가 지원에 나선다는 원칙을 정했다. 그러자 정부의 선(先) 지원을 기대했던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정부 대책이 약하다”며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관계자들과 가진 ‘석유화학 사업 재편을 위한 간담회’에서 석유화학 업계를 향해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해주려고 하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며, 안일한 인식에 정부로서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대형 크레인을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넘긴 스웨덴 말뫼의 조선업체 ‘코쿰스’의 사례를 들며 “‘말뫼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코쿰스는 1987년 파산하면서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넘겼는데, ‘말뫼의 눈물’은 스웨덴 조선업 쇠퇴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다만 금융 당국은 금융권을 향해 사업 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 대출 회수 등은 자제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금융권의 석유화학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약 30조원에 달한다.

이에 금융권은 석유화학 기업과 대주주가 자구 노력을 하고, 사업 재편 계획의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각종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존 대출은 유지하되,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준은 해당 기업과 채권금융사 간 협의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