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을 투자 기준으로 삼는 ‘배당 강화형’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가 오는 9월 출시된다. 배당성향 위주였던 기존 고배당 ETF와 달리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효과로 인한 주가 상승 이익(자본차익)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구조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내달 중 ‘PLUS 자사주매입고배당주’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거래소로부터 최종 심사만을 남겨놓고 있으며, 초기 설정액은 80억원 규모다. 연 2회(6·12월) 리밸런싱(구성 종목 조정)을 한다.

시중의 국내 고배당 ETF는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 중심으로 구성돼 총주주환원율(배당총액과 자사주 매입·소각 금액을 합친 뒤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이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한화자산운용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경우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고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번 상품을 기획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올해 현금배당은 보통주 1주당 1350원으로, 시가배당률은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만 5514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달 29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지난 20일엔 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하는 등 자사주 매입·소각에 적극적이다. 이에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들어 20% 넘게 상승했다.

한화자산운용 측은 자사의 ‘PLUS 고배당주’ ETF에는 메리츠금융지주가 없지만, 이번 신규 상품에는 상위 편입 종목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편입 종목은 메리츠금융지주 외에도 현대차, 미스토홀딩스, 고려아연, 두산밥캣 등이 있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올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자사주 매입만으로도 소각 효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신규 ETF의 분배금이 매월 15일 지급될 예정으로, 매월 말 분배금을 주는 PLUS 고배당주와 함께 투자한다면 월 2회 분배금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주주환원 강화 기조에 맞춰 최근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액은 16조원, 소각 규모는 18조30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