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상장사 셀피글로벌을 상장폐지로 내몬 근본 원인으로 전 최대 주주 안상현씨를 지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셀피글로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 공식 문서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씨는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셀피글로벌 지분을 확보했다가, 반대매매로 모두 날린 뒤에도 여전히 경영권을 행사하며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관련 기사☞셀피글로벌 상장폐지 배후 의심받는 기업 사냥꾼, 압수수색… 결국 꼬리 잡히나)

일러스트 = 챗GPT 달리

20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셀피글로벌소액주주조합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한 상장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보낸 답변서에서 “안씨가 셀피글로벌에 사실상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문제는 셀피글로벌이 2023년 사업보고서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이듬해 11월 재감사 결과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바뀌면서 상장폐지 사유는 해소됐으나, 내부 통제와 지배 구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월 셀피글로벌을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으로 결정, 지난 5월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를 확정했다. 이에 소액 주주들은 지분을 모아 조합을 결성,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셀피글로벌이 상장폐지되는 과정에서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지배한 안씨의 영향이 컸다고 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안씨는 퓨센스, 오름에프앤비, 로켓인터내셔널 등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을 이용해 셀피글로벌의 최대 주주에 올랐다. 차입금의 담보는 셀피글로벌의 주식이었다.

셀피글로벌 주가가 급락하면서 안씨는 반대 매매를 당했고, 최대 주주 지위를 잃었다. 하지만 안씨는 이사회와 경영진을 장악, 자신과 관련 있는 푸드노바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를 위한 자금 10억원을 지출하게 하는 등 실질 사주로서 권한을 행사했다. 안씨의 횡령·배임 혐의로 셀피글로벌이 본 피해는 1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종합해 볼 때 안씨의 존재가 셀피글로벌 상장폐지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안씨는 이미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유테크와 멜파스, 그리고 디딤이앤에프가 부실화된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피글로벌과 마찬가지로 무자본 M&A로 기업을 인수한 뒤 회삿돈을 빼돌리는 수법이었다. 결국 멜파스와 디딤이앤에프는 한계 기업으로 전락해 상장폐지됐고, 피해는 주주들의 몫이 됐다.

한국거래소의 답변서가 셀피글로벌 소액주주조합이 낸 상장폐지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재판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다만 재판부는 지난 12일 열린 심문에서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4개월 뒤로 미뤘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 일반적으로 심문 이후 한 달 이내에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