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농협중앙회 제공

NH농협은행이 올해 상반기 실적 악화에도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를 크게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농지비는 농업과 농촌 진흥을 위한 재원으로, 농협 계열사가 농협중앙회에 명칭 사용료(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매년 내는 금액이다. 문제는 농지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사용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농업 진흥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1조18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6.6% 줄어든 3조6548억원으로 나타났다. 주요 시중은행이 실적 잔치를 하고 있는데 농협은행만 실적이 뒷걸음질했다.

농협은행 순이익 감소 원인 중 하나로 농지비 증가가 꼽힌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59조에 따르면 농협 계열사는 농협중앙회에 매해 매출액(혹은 영업수익)의 2.5%를 농지비로 내야 한다.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지주를 통해 중앙회에 농지비 2194억원을 납부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8.5%(342억원) 증가했다. 순이익이 감소했는데, 농지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그래픽=정서희

농지비가 증가하지 않았다면 농협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감소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농협은행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4387억원의 농지비를 납부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이 지급한 전체 농지비(3251억원) 가운데 67%가량을 농협은행이 책임졌다.

농협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업 호황으로 농지비가 많이 들어오니 중앙회가 방만하게 운영한다”며 “중앙회 조직이 지금처럼 비대해져도 금융 계열사에서 내는 농지비가 있어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농지비 사용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도 논란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지비가 중앙회 인건비나 특별퇴직급여, 경비 등에 많은 부분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사실 농지비가 농업 발전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본래 취지와 무관한 곳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농협은행이 농협금융을 통해 농협중앙회에 보내는 배당도 늘고 있다. 지난해 농협은행이 농협금융에 지급한 배당금은 8900억원에 달했다. 2021년 7400억원, 2022년 8650억원, 2023년 8700억원 등 배당금은 해마다 늘고 있다. 농지비와 배당을 합치면 농협은행은 매년 중앙회에 1조2000억원 이상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거액의 배당과 농지비를 지급해 건전성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농협과 다른 은행은 구조가 다르다고 반박한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중앙회, 경제지주는 여러 가지 역할을 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적자여서 금융지주에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금융지주에서 배당을 100% 하고 있는데 앞으로 여건이 되면 교육 지원 사업비는 더 강화해서 농업, 농촌의 농업인에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