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 BOE가 앞으로 14년 8개월간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소식에 국내 디스플레이 종목 주가가 급등했다.
LG디스플레이 주식은 13일 오후 12시 22분 코스피시장에서 1만2630원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주가가 16.41%(1780원) 올랐다. 같은 시각 덕산네오룩스, 비에이치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기업의 주가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 BOE가 미국 시장에서 자리를 뺏기면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11일 BOE를 비롯한 자회사 7곳 등 총 8개 회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 비밀을 부정하게 이용하는 등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예비판결을 내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기술과 관련한 영업 비밀을 BOE가 탈취했다고 ITC에 제소한 지 약 2년 만이다.
조선일보가 확보한 예비판결문에 따르면 ITC는 BOE의 영업 비밀 침해, 직원 영입 등을 통한 기밀 부정 취득 등을 대부분 인정했다. ITC는 BOE에 14년 8개월간 ‘제한적 수입 금지 명령’(LEO)을 내리고, 중국의 BOE 본사, 미국 현지 법인 등의 미국 내 마케팅·판매·광고·재고 판매 등을 모두 차단하라고 했다. 전례 없는 조치라는 게 업계 평가다.
최종 판결은 오는 11월에 나온다. 판결 내용이 일부 달라질 수 있으나, 이번 초강력 제재가 중국의 기술 불법 행위를 퇴출하겠다는 미국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14년 8개월간 미국서 中 OLED 퇴출...삼디 기술 탈취 미국서 제동)
증권가에서도 이번 ITC 예비 판결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혜를 전망했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나 메타의 스마트 글라스 등 신규 제품에 BOE의 OLED 패널 공급이 어려워진 만큼 한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수 물량도 무시할 수 없지만, 앞으로 공급망 재편에 있어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 맞는다”며 “아이폰만 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맥북, 아이패드 등 IT 제품의 OLED 전환 과정에서 한국 기업에 긍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