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발간하는 보고서는 하루에도 수백 개다.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등을 토대로 책정한 목표 주가를 보면 투자자의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국내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진짜 핵심은 어조(tone)나 행간에 숨겨진 뉘앙스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애널리스트의 심리(Sentiment) 변화는 기업의 향후 실적 전망 및 업종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계량 분석은 주로 기업의 재무적 요인에 근거를 두고 분석해 왔다. 애널리스트의 심리는 기대감이라는 주관적 요소로 인식돼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거대언어모델(LLM)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텍스트 데이터도 세밀하게 정량화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최대 지수 산출 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도 관련된 지수를 제시한다. MSCI 애널리스트 투자 심리 인덱스(MSCI Analyst Sentiment Index)다.
방 연구원은 “MSCI의 애널리스트 심리 지표화는 시장 기대치를 체계적으로 수치화해 기존 지표에 포착되지 않는 심리 변화를 정량적으로 반영한다“며 “애널리스트의 긍정적 심리 변화는 단기와 장기 모두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애널리스트가 제시하는 투자 의견이 ‘매수’에 쏠리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2020년 이후 5년간 발간된 애널리스트의 투자 의견의 93.1%가 ‘매수’였다. 2000년대 67.3%, 2010년대 89.6%보다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됐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애널리스트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살펴야 한다. 방 연구원은 핀버트(FinBERT) 모델을 활용해 애널리스트의 긍정·부정 비율을 평가했다. 핀버트 모델은 금융 관련 텍스트의 감성 분석 작업에 주로 활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애널리스트의 긍정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종목은 수익률도 높을까.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주 애널리스트의 긍정 비율이 40%를 웃돌았던 종목은 삼성전기, 아모레퍼시픽, 휴메딕스, 한솔제지, 동원산업, 세아베스틸지주, 삼성 SDI, 녹십자, 현대코퍼레이션, 종근당, 대한전선 등 11개 종목이다. 이들 종목은 평균 5.1% 오르며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2.9%) 대비 초과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에도 애널리스트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종목이 있다. 방 연구원에 따르면 LG유플러스, KT&G, 브이엠, 파마리서치, 씨에스윈드, 달바글로벌, 동원산업, 네오위즈, 에코프로비엠, 대덕전자, 대한항공, 콘텐트리중앙, NAVER, 한화비전, 삼성증권, 씨앤씨인터내셔널 등이다.
물론 애널리스트가 좋게 본다고, 해당 종목의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애널리스트의 낮은 기대치와 달리 ‘깜짝 실적’을 내는 종목도 있다. 다만 애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가 의견을 내는 시대에 쉽게 쏠리지 않고, 그 숨은 의미를 잘 읽어내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