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키워드는 ‘변화’입니다. 여러 가지 변화가 있지만, 특히 가장 중요한 변화는 규제입니다.”

15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폴 트라이낸 세계신협협의회(WOCCU) 사무총장/신협중앙회 제공

지난 14~16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025 세계신용협동조합 컨퍼런스’에서 폴 트라이낸 세계신협협의회(WOCCU)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십억 달러를 운용하는 대형 은행과 몇만 달러 규모의 신협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신협들이 직면한 규제 환경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디지털 금융 혁신에 따른 새로운 규제, 자금세탁방지(AML), 건전성 규제 등도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신협은 은행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비영리·조합원 중심’이라는 협동조합 고유의 성격 때문에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협이 직면한 또 다른 변화는 사이버 보안 환경의 급변이다. 15일 기조연설에 나선 콘피던스 스태블리 나이지리아 사이버세이프 재단 설립자는 “해커들은 더 이상 무차별 대입(brute force) 방식으로 시스템을 뚫지 않는다”며 “유출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활용해 ‘그냥 로그인’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AI로 생성한 음성 사기, 고객센터 사칭 등 신뢰를 악용하는 공격이 늘고 있다”며 “AI 시대의 보안은 기술보다 신뢰를 지키는 일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6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세계신협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표 중인 한국 신협중앙회 최서정 주임/신협중앙회 제공

청년 조합원 확보 전략 역시 신협이 맞닥뜨린 ‘변화’ 중 하나다. 디지털 중심의 금융 환경 변화 속에서 청년층 유치는 생존과 직결된 과제가 됐다. 이에 한국 신협중앙회 금융전략팀 장종환 팀장과 최서정 주임은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한 청년 조합원 유치 전략’ 발표에서 변화에 대응한 구체적 실천 사례를 공유했다. 이들은 청년층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조기 관계 형성 △디지털 채널 강화 △브랜드 이미지 제고 △맞춤형 금융 상품 개발 등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어린이 대상 금융 교육, 대학생 인턴십, 마스코트 ‘어부바’를 활용한 캠퍼스 홍보, MBTI 기반 참여형 콘텐츠 등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접근을 통해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있으며, MZ세대의 소비 패턴에 맞춘 ‘ㄱㅇㅇ 체크카드’, 최대 연 5% 금리의 ‘모아모아 적금’ 등 특화 상품도 신규 가입 확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노력은 실질적 성과로도 나타났다. 2020년 6월부터 2024년 말까지 20~30대 고객의 거래자 수는 270만명에서 280만명으로 늘었고, 특히 20대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3.6% 늘었다.

14일(현지 시각) 새계신협컨퍼런스 개막식에 참석한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신협중앙회 제공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세계 각국 신협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사람을 위한 금융’이라는 협동조합의 근본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며 “한국 신협의 디지털 전환 경험과 사회적 책임 실천 사례를 국제무대에서 공유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이어 “WOCCU 이사국으로서 글로벌 논의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아직 신협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국가에서 협동조합 금융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WOCCU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세계신협컨퍼런스는 지속 가능한 금융의 미래와 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을 논의하는 국제 행사다. WOCCU는 1971년 설립된 세계 최대 금융협동조합 연합체로, 현재 104개국 7만4634개 신협이 가입해 있다. 올해 행사에는 56개국에서 약 1900명의 신협 대표들이 참석해 변화를 주제로 글로벌 현안을 공유했다. 현재 전 세계 신협의 조합원 수는 약 4억1100만 명, 총자산은 3조7000억 달러(약 5106조 원)에 이른다. 한국 신협은 151조3000억 원(2024년 6월 기준)의 자산을 보유해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또한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국으로서 아시아 신협을 대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