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악재에 코스피가 장 초반 3000선을 내줬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사자’세가 이어지며 3000선을 지켜냈다.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7(0.24%)포인트 내린 3014.4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 이후 5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스피는 6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이날 전 거래일보다 29.64포인트(0.98%) 내린 2992.20에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오전 한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팔자’세가 이어지며 2971선까지 낙폭을 키웠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전격 타격했고, 이어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중동의 긴장이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500억원어치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479억원, 837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중동 사태 전개 과정, 파월 의장 청문회,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여부, 마이크론 실적,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 여부 등에 영향을 받으며 3000포인트 내외에서 공방전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네이버가 7.61%, 두산에너빌리티가 13.95% 급등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차를 제치고 각각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5·6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이 이재명 정부 초대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으로 발탁되며 새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AI(국가 차원의 AI 모델)’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 데다, 최근 들어선 스테이블 코인 관련주로도 꼽히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국내외 발전 수요 확대와 원전 산업 성장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네이버와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6월 들어 이날까지 55%, 71% 급등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52% 하락한 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바이오로직스(-2.36%), LG에너지솔루션(-3.61%), 현대차(-4.05%) 등도 하락 마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SK가스(+5.74%), 극동유화(+3.95%) 등 에너지 관련 주가 상승했고, 흥아해운(+15.48%), STX그린로지스(+12.27%) 등 해운주도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74포인트(0.85%) 내린 784.7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 종목 중에선 알테오젠(-2.56%), 에코프로비엠(-2.75%), HLB(-4.11%), 펩트론(-4.41%) 등이 하락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5.34%), 파마리서치(+7.22%) 등은 급등세를 보였다.
중동 긴장 고조로 환율도 급등했다.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주간 종가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18.7원 급등한 1384.3원에 거래를 마쳤다. 비트코인 가격도 10만달러 선을 잠깐 내줬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23일 오전 한때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9만8000달러 선까지 내렸다지만, 이후 낙폭을 만회해 오후 3시 45분 현재 10만18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유 가격도 상승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전날보다 1.4%가량 오른 74달러 후반 선에서 거래 중이다.
한편 아시아 주식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 평균이 전 거래일보다 0.13% 내린 3만8354.09에 거래를 마쳤고, 상하이종합지수는 0.65% 오른 3381.58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