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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지만 은행들이 예금 금리만 먼저 내리고 대출 금리는 높게 유지하면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국내 5대 은행의 예대 금리차는 1년여 만에 모두 1%포인트대로 벌어졌다.

3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11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취급한 가계 대출의 예대 금리차는 1~1.27%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햇살론뱅크·햇살론15 등 정책서민금융은 제외한 것이다. 5대 은행의 가계 예대 금리차가 모두 1%포인트를 넘은 것은 작년 3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1.27%포인트로 가장 컸고, 이어 하나(1.19%포인트), 우리(1.02%포인트), 신한(1%포인트) 순이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작년 2월(1.48%포인트)이후 21개월 만에 예대 금리차가 제일 크게 벌어졌다. 대부분 은행들이 8월 이후 예대 금리차가 계속해서 커지는 추세다.

전체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의 예대 금리차가 5.93%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전북은행은 “(대출 금리가 더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비율이 38.5%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토스(2.48%포인트), 한국씨티은행(2.41%포인트), 카카오뱅크(2.04%포인트) 등은 2%포인트를 넘었다.

이에 금융 당국의 ‘관치금리’가 은행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은 지난 8월부터 당국의 가계 대출 관리 압박에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높였다. 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리면서 예금 금리는 하락하고 있지만, 당국의 압박에 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것이다.

예대 금리차는 12월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KB 국민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내리는 등 이달 들어 5대 은행이 일제히 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초에는 이런 흐름이 꺾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들은 새해 들어 가계 대출 총량이 새로 생기면서 대출 총량 관리 압박이 줄고, 이에 가산금리 인하 등으로 대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