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9회 연속 동결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잘못된 금리 정책으로 부동산을 자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기준 금리를 연 3.5%로 작년 2월부터 9차례 연속 동결하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유로 들었다. 이 총재는 “금리를 내릴 때도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거시 안정 정책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게 몇 년 동안 배운 레슨(교훈)”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 부동산 거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신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금융통화위원 6인은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다. 이 총재는 “상반기(1~6월) 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물가가 평탄하게 움직이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내려오고 있어서 우리 예상대로 내려가는지 확인해 보고 그다음 금리 인하를 논의하자는 게 대부분 금통위원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 1월 물가 상승률(2.8%)이 2%대로 내려왔지만, 목표(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높은 기준 금리(연 5.25~5.5%)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한국의 금리 인하에 부담이다. 최근 미국은 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6월은 돼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분위기다. 이미 한미 간 기준 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2%포인트)로 벌어진 상태다.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을 감수하며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낮출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이날 3개월 내 금리 전망으로는 금통위원 1명만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그래픽=양인성

◇”PF 4월 위기설 근거 반문하고 싶어”

이 총재는 최근 커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4월 위기설에 대해 “(4월 10일) 총선 이후 부동산 PF가 터진다는 것은 큰 오해”라며 “부동산 PF는 상당수 정리되는 중이어서 ‘총선 전후로 크게 바뀔 것’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비가 예상보다 훨씬 나쁜 쪽으로 가는데, 수출은 좋은 방향으로 가서 상쇄한 것처럼 부동산 PF 등을 보면 하방 요인이 큰데 IT 경기나 수출을 보면 상방 요인이 크다”며 “(PF가) 모두 살아날 수 없지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 문제에 대해선 “(해외 부동산 부실에 한국 금융사들이)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자산 중 굉장히 낮은 비율”이라며 “시스템 리스크를 가져올 상황은 아니라 보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을 지난 11월 전망과 같은 2.1%로 제시했다. 소비, 건설 투자 등 내수 회복 동력이 약화된 반면, 수출은 양호해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520억달러)은 지난 11월 전망(490억달러)보다 높였다.

◇”구조 개혁으로 잠재성장률 오를 여지 많아”

다만, 한은은 올해 민간 소비 성장률 전망(1.6%)을 작년 11월 전망(1.9%)보다 낮췄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고금리·고물가 영향에 가계 부채로 소비 핵심 연령층인 30~40대가 소비에 제약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작년 4분기(10~12월) 가계 부채(가계 신용)는 3분기 연속 증가하면서 1886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80%를 웃돌면 가계 빚 부담으로 성장이 저해되는 것으로 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작년 2분기 말 기준 101.7%로 스위스(126%)·호주(111.1%)·캐나다(103.2%)에 이은 주요 43국 중 4위였다.

이 총재는 2%로 추산되는 잠재성장률은 구조 개혁을 통해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성장 속도로 경제의 기초 체력을 뜻한다. 이 총재는 “미국이 한국보다 소득이 높은데도 2% 이상 성장하는데, 고령화를 이유로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극적 태도”라며 “구조적인 노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올릴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고령화를 잘못 다루면 잠재성장률이 음의 숫자로 갈 가능성도 있다”며 적절한 정책 집행의 필요성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