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가진 부자들의 전체 금융자산이 고금리 등의 여파로 4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부자들은 1년 내 고수익이 날 투자처로 주식과 거주용 주택, 금·보석 등을 꼽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 옆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포레와 서울숲트리마제(오른쪽).

1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사람은 45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89%로 추정됐다. 2021년 말의 42만4000명보다 3만2000명(7.5%) 늘어난 것이다. 다만 부자들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2747조원으로 1년 사이 136조원(4.7%) 줄었다. 부자들의 금융자산이 뒷걸음질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연구소는 “지난해 금리 상승으로 주식과 채권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 자산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의균

부자들이 사는 곳은 서울 등 수도권 거주 비중이 70.6%로 가장 높았다. ‘부(富)의 집중도 지수’를 산출해 부 집중도가 1.0을 넘으면 부촌으로 분류했는데, 부촌 목록에 서울 강남·서초·종로·용산구에 이어 성수동을 포함한 성동구가 이번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부자들은 1년 이내에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로 주식(47.8%)과 거주용 주택(46.8%)을 꼽았다. 이어 금·보석(31.8%), 거주용 외 주택(31%)을 꼽았다. 연구소는 “주식이나 금·보석은 전년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후순위였는데,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가치 하락 위험이 있는 부동산보다는 안정적인 금·보석이나 개별 종목을 선택해 투자가 가능한 주식 등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