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성장률이 지난 10월과 11월에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세를 기록했기 때문에 한동안 회복 기조를 이어갈 것 같습니다. 투자자들은 내년에 수출이 크게 늘 유망 업종을 주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장상식 동향분석실장은 지난 4일 인터뷰에서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면 수출은 한 번 회복되면 대략 4~5년 주기 동안은 플러스 성장률을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실장은 무역협회 입사 이후 31년째 무역동향을 분석하고 수출진흥대책 마련 작업을 하고 있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지난 4일 인터뷰에서 "수출은 일단 회복되면 대략 4~5년 그 기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수출 유망 종목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김기훈 기자

―수출입 동향은?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10월에 전년 동월 대비 5.1%, 11월에 7.8% 증가하면서 바닥을 지나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작년보다 8.5% 감소했다. 수입은 작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많이 올랐던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올해 1~11월에 작년 대비 12.3% 감소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1~11월까지 143억달러 적자를 냈다. 연초 예상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다. 내년에는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황이 좋아질 것 같다.”

―어떤 품목이 수출 회복을 주도하나?

“올해는 자동차, 선박, 일반기계가 효자 노릇을 했다. 내년 수출 회복 열쇠는 IT(정보기술) 산업의 회복 정도에 달려 있다. 반도체 등 IT 제품이 내년 우리나라 수출과 성장을 좌우할 것이다.”

―올해 수출 증가 품목이 내년도 효자 노릇을 할까?

“올해 10~80%까지 수출이 늘어난 품목들은 내년에는 바닥효과 때문에 성장률이 그만큼 높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꾸준히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전기차, 항공기엔진 부품, 친환경 선박엔진이다. 미국과 유럽이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변압기, 인버터(전력변환장치), 계측기 등 전력기기 관련 품목들도 많이 팔리고 있다.

LG이노텍에서 아이폰 중국 제조공장으로 보내는 카메라모듈, 삼성전기가 수출을 주도하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도 내년에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게임과 카지노용 모니터의 수출 전망도 좋다. 최근 외국에서 인기를 끄는 한류 음식 중에서 김, 라면, 로열젤리의 수출이 잘되고 있다.”

전기차의 자동제어부품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견조한 수출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13일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연설을 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전기차와 2차전지에 관심이 높은데.

“전기차 배터리 부품 중 양극재 수출이 많이 늘면서 미국 시장에서 1등을 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떨어지고 한국 점유율은 올라가고 있다. 자동차 부품은 전반적으로 수출 실적이 좋지 않은데, 자동제어와 관련된 전기차 부품은 좋다. 해양플랜트 관련된 석유시추선, 그리고 공작기계와 절삭기기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효자 노릇을 할 전망이다.”

―내년 수출이 더 좋아질 투자 유망품목은?

“삼성전자가 내년에 전 세계에 대중화하는 폴더블스마트폰, AI(인공지능)용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석유제품 중 윤활유를 먼저 꼽을 수 있다. 한국산 화장품도 중국 시장에선 밀리지만, 피부보습용 기능성 화장품들이 일본·동남아·중동 지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잘 나갈 것 같다.

필터담배, 임플란트 치과기기도 내년 유망 품목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자동차 래디얼 타이어와 각종 밸브류 수출도 늘어날 것 같다. 이 유망 품목들은 올해도 수출이 작년보다 10% 내외 성장했는데, 내년엔 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투자자들이 유의할 점은?

“첫째,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고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 여파로 내년엔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국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수 있다.

둘째, 중동 지역의 불안이 확산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정책을 쓰면 유가가 좀 더 올라갈 수 있다.

셋째, 중국 리스크(불확실성)이다. 중국경제가 고속성장에서 중저속성장으로 바뀔 경우 전기차, 철강, 석유화학 등 자국 내 과잉 생산품을 해외로 밀어내면서 한국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 중국은 특히 내년에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동남아·중동 지역에 전기차 밀어내기 수출을 강화할 것이다.

넷째, 미국 대선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경우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요구하면서 우리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