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이에 대한 ‘배상기준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가 입증될 경우, 배상이 어떤 절차와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 관련 대표 민원 사례에 대해 배상비율 기준안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금융회사들이 자율 조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LS는 주가지수 등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금융 상품인데, 2021년 1만2000대였던 홍콩H지수가 최근 5000대까지 폭락하면서 3년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초 홍콩H지수 ELS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실이 확정되면 투자자 중 불완전 판매 피해자들에게 질서 있는 배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논의하는 단계”라고 했다.
금감원은 앞서 2019~2020년 우리은행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때도 손해액의 40~80%를 금융회사들이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준안을 만든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 부당 권유 등에 따른 기본 배상 비율을 정한 뒤 자기 책임 사유를 투자자별로 조정해 금융회사가 최종 배상비율을 내놓게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령 투자자와 재가입자 등이 배상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후 자금 마련이 목적인 고령 투자자에게 금융회사가 무리하게 ELS를 권유했다면 배상비율이 올라갈 수 있지만, ELS에 두 번 이상 가입한 경우는 불완전 판매 입증이 어렵거나 배상비율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한편 금융 당국도 ELS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LS 같은 고위험·고난도 상품의 판매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할 당국이 그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3년여간 당국이 ELS 판매에 대해 제대로 주의를 주거나 검사를 한 적이 거의 없다”며 “은행만 때릴 것이 아니라 파생상품 판매에 대한 당국의 감독 체계도 정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