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본 규모 26위로 소형사에 속하는 한양증권의 임재택 대표는 지난달 초 75개 전체 부서 전 직원 450명과 면담을 끝냈다. 지난 2월 말부터 시작해 총 130여 일간 매일 아침 7시에 한 부서당 두 시간씩 강행군한 결과다. 작년 처음 시작한 전 직원 면담에 대한 반응이 좋자 올해도 반복한 것이다.

전 직원 면담은 조직 소통을 경영 혁신의 최우선으로 본 임 대표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이름도 임 대표가 직접 ‘부드럽게 연주하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돌체’로 지었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한양증권 본사에서 “많이 듣고 질문하는‘다문문 경영’이 중요하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임 대표 취임 이후 한양증권의 영업이익은 20배 넘게 늘었다. /김지호 기자

2018년 그가 부임했을 때만 해도 회사는 오랜 기간 성장이 멈춰 있었다. 영업이익(세전)은 50억원대에 불과했다. 한양대 재단 계열사로 1956년 한국에서 아홉 번째로 설립된 증권사의 명성을 재건하는 것이 필요했다.

“임직원들은 ‘해도 안 된다’는 패배 의식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왜곡된 자의식을 걷어내는 일이 급선무였어요.”

작년 5월 한 달간 매일 7시간씩 모든 임직원과 일대일 미팅을 했다. 미팅 전 직원들은 본인의 핵심 역량 분석 등이 담긴 프로필을 미리 써와 할 일과 목표를 명확하게 정했다. 임 대표는 “흩어진 스피릿(기운)을 한군데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세가 커지면 물살이 바위를 굴리게 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의 소통 경영으로 취임 당시 5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1년 1162억원이 돼 20배 이상으로(1975%) 급증했다. 회사 자본금은 취임 전 2000억원 중반대에서 올해 5000억원이 돼 두배로 늘었다. 증자 등 별도의 자본 확충 없이 이익을 쌓은 결과다. 직원 규모도 2018년 220명에서 현재 492명으로 두배 이상이 됐다.

임 대표는 많이(多) 듣고(聞), 질문(問)하는 ‘다문문 경영’을 강조했다. 직원에게 과제를 주면 임 대표도 꼭 공부했다.

“그래야 시너지(상승 효과)가 나고 저의 지적이 힘을 얻어 조직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습니다.”

소통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매일 ‘CEO(최고경영자)가 보내는 응원 메시지’가 사내 통신망(인트라넷)을 통해 배포됐다. ‘여러분이 포기하지 않는 한 CEO인 저와 조직이 먼저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메시지 등이 직원들 마음을 샀다.

마라톤 하프코스 100여 회, 풀코스 8회 완주 경력의 임 대표는 ‘뛸락’이라는 모임에서 직원들과 한강변을 함께 달렸다. 주요 명산을 찾아다니는 ‘싼타’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었다.

작은 목소리도 무시하지 않았다. 작년 초 임직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MZ세대에게 조직 진단을 직접 맡겨 인사 적체를 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컨설팅 회사 도움 없이 ‘스페이스X’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30대 부장, 30~40대 본부장을 파격 등용했다. 이름은 혁신의 대표격인 미국 전기차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의 우주 항공사에서 따왔다. 동시에 조직 내 ‘빈 공간(스페이스)’이 없게 하겠다는 의미도 담았다.

‘프리 라이더(무임 승차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그들이 인생의 의미를 찾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도왔다. 묵묵히 일하는 고(高)성과자들에게는 지원을 집중했다.

한양증권 임재택 대표. /김지호 기자

“조직 경영의 요체는 ‘메인스트림(주류)’을 확장하고, ‘마이너리티(소수)’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 공간 3분의 1에 30년 이상 키운 나무 등 50여 그루를 키우는 임 대표는 “자녀 교육, 나무 키우기, 조직 경영은 정성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같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사업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직원에게 최소 2년의 시간을 주고 실패해도 용인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임직원들 목걸이 사원증에는 이름 아래 각자 각오를 담은 문구가 적혀 있다. 임 대표 사원증에는 ‘행복 배달꾼’이라는 별명이 적혀 있다.

“딱딱하고 무서운 CEO가 아니라 직원의 행복을 전달하는 배달꾼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