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와 경기 부진 등으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금융권 자영업자 연체율이 1%를 기록하며 8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26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자영업자의 금융권 전체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 상승한 1%를 기록했다.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다. 연체율 상승 폭도 지난해 3분기(0.06%포인트), 4분기(0.12%포인트)의 3~6배가량으로 커졌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비은행권)의 연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1분기 비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2.52%)은 은행권 연체율(0.37%)의 7배에 육박한다. 2금융권 중에서도 특히 저축은행(5.17%), 상호금융(2.22%)의 상황이 심각하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크게 줄면서 급전(急錢)이 필요해진 영세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고,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렸다가 연체의 늪에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저소득(소득 하위 30%) 자영업자들의 올 1분기 대출 잔액은 은행권에서 8.7% 늘어나는 동안 저축은행·상호금융에서는 20.8%, 대부업 포함 기타 금융기관에선 11.8%나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의 연체율 상승세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 하반기부터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지원 조치가 서서히 종료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앞으로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이 유지되면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1분기에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액은 1033조7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3분기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6개월 만에 20조원쯤 불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