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연지동 서울보증보험 본사. /서울보증보험

다음 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일 가격 변동 폭이 확대돼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 가격의 최대 4배까지 오를 수 있게 된다. 이는 첫날에 상승 여지를 이전보다 많이 둬 투자 수요를 최대한 소화하겠다는 차원이다. 이에 따라 소위 ‘따상(공모가 두배에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 ‘따상상(따상 다음 거래일에도 상한가)’ 등 급등 기대감에 추격 매수하는 현상이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공모가 대비 가격 제한 폭을 기존 63∼260%에서 60∼400%로 확대한다”고 22일 밝혔다.

◇상장일, 공모가의 최대 4배 상승 가능

현행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일 가격은 두 단계로 나눠 결정된다. 먼저 공모가의 90∼200% 내에서 호가를 접수해 시초가격(기준 가격)을 정한다. 그다음 장이 열리면 기존 종목과 마찬가지로 시초 가격의 하한(-30%), 상한(+30%) 범위에서 가격이 움직인다. 즉 상장 첫날 공모가의 63∼260% 범위에서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이다. 첫날 공모가의 260%까지 올라 상승 마감하면 ‘따상’이 된다.

오는 26일부터는 신규 상장 종목의 시초가는 공모가 그대로 정해진다. 가격 제한 폭이 공모가의 60∼400%로 확대된다. 하한은 종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상한은 260%에서 400%로 확대되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는 ‘따상’ 대신 ‘따따블’(공모가의 400% 상승)이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는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비합리적 주가 급등 오히려 줄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장 첫날 주가 상·하한 폭이 확대되면 오히려 분위기에 휩쓸리는 뇌동매매가 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는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배(200%)를 어렵지 않게 찍고 난 뒤 상한가(30%)로 직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추격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종목의 본질 가치보다 과열된 주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2021년 6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종목인 ‘삼성머스트스팩5호’의 경우 당시 주가 과열 분위기 때문에 상장 후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 ‘따상상상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4일 연속 상한가를 치고 1만1400원까지 치솟은 주가는 이후 계속 떨어져 현재 3000원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제한 폭이 확대되면 상한까지 도달하기 쉽지 않은 만큼 종목 가치에 걸맞은 주가(균형 가격)를 찾아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는 주가 상·하한이 아예 없다. 한국보다 균형 가격을 찾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따상’이 나오면 다음 날에도 상한가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지만, 가격 제한 폭을 확대하면 하루에 충분한 정보들이 주가에 반영돼 균형 가격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1조원 이상 ‘대어’ 상장 준비

변경된 가격 제한 폭이 적용될 첫 타자는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핀테크 업체 시큐센이다. 시큐센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800대1 경쟁률을 기록해 공모가가 희망 상단(2400원)을 넘어 3000원으로 확정됐다. 30일에는 전기차 알루미늄 부품 기업 알멕, 채용 플랫폼 회사 오픈놀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다.

준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은 지난 19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유가증권시장(코스피)본부에 제출했다.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지 1년 만이다. 정부는 상장 과정에서 예보가 보유한 주식의 10%가량을 먼저 매각(구주 매출)한 뒤, 이후 수차례에 걸쳐 지분 규모를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업 가치는 3조원으로 평가돼 올해 상장 기업 중 가장 크다.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으면 6개월 안에 상장이 마무리돼야 한다.

산업용 로봇 제조사 두산로보틱스도 이달 초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유가증권시장본부에 넣었다. 가치는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10월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코프로의 자회사로 2차전지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르면 오는 8~9월 코스피 상장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증시 관계자는 “신규 상장 주가는 개별 주식 가치뿐 아니라 시장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므로, 새 제도가 적정 주가를 쉽게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