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라임·옵티머스 사태나 직원의 대규모 횡령 같은 대형 금융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같은 최고경영자(CEO)도 법적 책임을 지고 금융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지금은 금융 사고가 터져도 행위자와 상위 감독자만 제재를 받을 뿐 CEO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처벌 ‘무풍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내부 통제란 금융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사 임직원이 지켜야 할 기준과 절차를 말한다.

개선안의 핵심은 ‘책무구조도’ 제도의 도입이다.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에 따라 구체적 책무(責務)를 지정해 문서화한 것으로, 영국·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다. CEO를 비롯해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최고고객책임자(CCO) 등 이른바 ‘C-레벨’ 임원들이 모두 책무 지정 대상에 포함된다. 대형 시중은행 기준으로 20~30명 정도다.

금융 회사는 금융위가 향후 경영관리·위험관리·영업부문 등 세 가지 영역에서 제시할 20~30개 책무 예시를 참고해 임원별 책무를 정한 뒤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 금융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CEO에게는 책무 구조도 작성 의무가 따른다. 또 조직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스템적 실패에 대한 최종 책임을 CEO가 져야 한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될 경우 2019년 우리은행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 내부 통제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다는 혐의로 금융 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았다가 징계취소 소송을 내서 승소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도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와 관련 절차 등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임원별로 구체적 책무가 정해져있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고가 터지면 담당 임원이나 CEO들이 하나같이 ‘하급자의 위법 행위를 알 수 없었다’며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몰랐다’고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소명해야 면직·정직 등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이사회의 내부 통제 책임도 강화하기로 했다. 내부 통제 관련 사항을 이사회 심의·의결 대상에 포함시키고,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조치 등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의 이번 조치가 ‘CEO 찍어내기’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 당국이 내부 통제 미흡이라는 애매한 규정을 근거로 CEO 퇴출을 남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CEO가 내부 통제 관리를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예정”이라며 “책무를 명확히 하고, 노력을 기울이면 사고가 발생해도 CEO가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