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인 메이(Sell in May· 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라는 증권가의 오래된 속설이 올해는 통하지 않았다. 국내 반도체주의 깜짝 강세에 5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가 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지난달 초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주요 종목을 팔아 치웠다면, 이 같은 주가 상승의 수익을 누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3~5월 3개월 연속으로 오르고 있는 코스피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요즘 여의도 증권가의 관심사다.
코스피는 5월 한 달 동안 약 3% 상승했다. 올 들어 지난 1월(8.4%)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이다. 코스피 대형주 200개를 모아 놓은 ‘코스피 200′ 지수의 5월 상승률은 3.8%로 더 높았다. 코스피는 4월 2500 선을 돌파한 후 상승세를 이어갔고, 5월 31일엔 장중 2596.31포인트까지 올라 2600 선 직전까지 갔다. 약 1년 만의 최고점이었다. 코스닥 지수도 5월 한 달간 1.7% 상승하며 4월 하락세(-0.6%)에서 벗어났다.
◇2600 선 목전까지 오른 코스피
‘셀 인 메이’는 원래 미국 증권가에서 유래한 속설이다. 1950년부터 2013년까지 따져 봤더니 미국 다우지수가 5~10월에 부진했던 반면, 11~4월에 좋았다는 통계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세금 환급이 2~5월에 이뤄지는데, 환급받은 돈이 증시에 유입되는 게 5월 중 끝나기 때문에 이때부터 약세장이 온다는 그럴듯한 설명도 나왔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도 관찰됐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13년 동안 월별로 코스피 하락 확률을 따져보면, 5월(61.5%)이 가장 높았다. 통상 연초에 기대감으로 뜬 증시가 5월쯤 기업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현실’을 깨닫고 내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는 이런 속설과 달리 반대로 오른 것이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대형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상승한 것이 동력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5월 26일 1년 2개월 만에 7만원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3~4월 2차전지(배터리)주 매수세가 과열되면서, 5월엔 증시가 쉬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반도체주가 배터리주의 바통을 이어받아 증시를 끌어올린 것이다. 외국인들도 5월 코스피에서 4조3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주도했다.
◇불확실한 하반기… 증권사 예측 갈려
애널리스트들의 향후 전망은 갈리고 있다. 일부에선 코스피 오름세가 계속되리라고 예측한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피가 최고 30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 미국 기준금리가 동결되거나 내릴 것으로 보이고, 인플레이션 완화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증가해 지수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올 3분기(7~9월)엔 중국의 경기 회복 속에 반도체 업황 개선이 맞물리며 코스피가 2700 선을 돌파할 전망”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반기 증시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는 반론도 적지 않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국내 생산·소비 지수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국내 경기가 본격적으로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증시도 하방 압력을 받거나 박스권에 머물 것이란 예측이다. 삼성증권은 “박스권 내 등락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하반기 코스피 지수 범위를 2200~2600으로 예측했다. SK증권도 “국내 수출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좋아지는 구간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며 2300~2650 범위를 제시했다.
개미 투자자들은 비관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상장지수펀드)는 ‘KODEX 200 선물 인버스2X’로, 순매수액은 2200억여원에 달했다.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그 두 배 폭으로 이득을 보는 상품이다. 증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급상승세가 과도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