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크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왔다. KB금융은 글로벌 이익 비율을 2030년 30%, 2040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한국 금융(K-Finance)의 우수성과 KB금융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이달 초 개최한 ‘KB금융그룹 칵테일 리셉션’에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을 지속하고 함께 성장해 발전함으로써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고성장 동남아에 뛰어든 KB금융
KB금융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투자 안정성이 높고 국내 고객의 해외 투자 선호도가 높은 미국 등의 선진국 시장을 중심에 놓는 ‘투 트랙(Two Track)’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펴고 있다. 먼저 동남아시아에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메콩 3국(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이 주요 타깃이다. 베트남은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고 한국 기업 진출이 활발한 국가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시장이며, 메콩 3국은 금융산업 개방 초기여서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KB금융은 최근 수년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 뱅킹을 비롯해 자동차 금융, 증권업 등에 신규 진출하며 동남아 시장의 이해도를 넓히고 경험을 쌓았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소수의 거점화 타깃 국가에 집중해 ‘제2의 본국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미얀마에서 ‘KB미얀마은행’을 신규로 설립했고,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의 영업점을 대규모로 확대했다. 미얀마 금융시장은 아직까지 인프라가 취약한 반면 성장 잠재력이 높아 국내 은행들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18년 7월 현지 부코핀 은행의 지분 22%를 취득하며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후 2020년 7월과 9월에는 추가 지분 취득으로 67%까지 지분율을 높이며 KB국민은행의 계열회사로 편입했다. KB부코핀은행은 1970년에 설립된 이후 50년 역사를 가진 은행으로, 총 115개 상업은행 중 자산 규모 순위 19위이며 인도네시아 전역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KB증권도 신흥 시장에서 디지털 성장 전략을 통한 ‘리딩 증권사’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신규 개발, 자체 유튜브 채널 ‘88TV’(구독자 17만7000명)를 통한 디지털 콘텐츠 제공, IT 조직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MTS 신규 개발 및 IT 인프라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KB손해보험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베트남 등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는 현지법인을 두고 있고, 베트남에는 현지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KB국민카드는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비즈니스 라인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카드는 글로벌·신사업 성장 가속화를 위해 해외 진출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해외 현지 법인의 경영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본부를 그룹으로 격상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캄보디아 현지 리스사 인수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및 지속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며 글로벌 사업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KB국민카드의 글로벌 총자산은 작년 말 기준 1조2765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고객 대상 대출 자산인 영업 자산도 작년 말 1조원을 돌파(1조1082억원)했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부문 당기순이익도 254억원을 기록해 전년(159억원)보다 95억원 늘었다.
◇뉴욕·홍콩에서도 안정적 성장 동력 확보
KB금융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은 그룹 포트폴리오상 안정적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WM(자산관리), CIB(기업투자금융), 자산운용시장의 글로벌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선진국 시장 진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선진국 시장에서는 홍콩과 뉴욕 지점을 중심으로 IB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8년 5월에는 런던법인을 지점으로 바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나섰다. 지점 전환을 통해 KB국민은행 본점의 신용 등급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 런던 지점을 홍콩·뉴욕지점과 함께 CIB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싱가포르 지점은 APAC(아시아·태평양) 권역에서의 자금 조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유동성 지원을 위한 자금 조달 허브로서의 역할도 한다.
KB증권은 미국 뉴욕이나 홍콩과 같은 글로벌 선진 시장에서 최적화된 상품 및 서비스 공급을 목표로 한다. 뉴욕 시장에서는 WM 및 IB 부문, 홍콩 시장에서는 해외 DCM(부채자본시장) 및 해외 인수금융을 통한 IB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홍콩 현지법인은 지난해 본사와 협업으로 해외 DCM 총 5건(발행 규모 약 64억달러)을 공동 대표 주관한 바 있다. 해외 인수 금융은 총 4건(주선 규모 약 5억4000만달러)을 수행하는 등 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뉴욕 현지법인은 지난해 기관영업 부문 협업을 통해 브로커리지(투자 중개) 약정액 총 16조9000억원 실적을 달성했다.
KB자산운용도 2017년 KB증권에서 싱가포르법인을 인수한 후 롱숏 헤지펀드인 ‘맹그로브(Mangrove)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달 싱가포르 법인은 현지 사업 활성화 및 다각화를 위해 AUM(총운용자산) 규모가 약 2000억원으로 제한된 RFMC라이선스에서 규모 제한이 없는 LFMC로 변경을 완료했다. KB자산운용은 현지 리서치 강화를 목적으로 2018년 상하이법인, 2019년 베트남 대표 사무소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