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한 ‘SG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주가폭락 주요 종목 대주주들이 회사 주식을 대거 매도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익래 전(前)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지난달 20일 다우데이타 140만주를 605억원에 매도했고,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은 지난달 17일 서울가스 10만주를 456억에 팔아 치웠다. 지난달 24일 주가 폭락이 시작되기 불과 나흘, 일주일 전에 벌어진 일이다. 간격이 조금 더 벌어져있지만 김영민 회장의 동생인 김영훈 회장이 최대주주인 대성홀딩스도 지난 3월 서울가스 12만주를 538억원에 매도하기도 했다. 대성홀딩스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서울가스 주식 47만주를 매도해 1600억원을 현금화했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왼쪽)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조선비즈

반면 다우데이타·서울가스·삼천리·세방 등 8종목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은 3~4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영문도 모른채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지난달 24~27일 4거래일간 서울가스·다우데이타 주가는 각각 76%, 62% 하락했다.

◇대주주, 사전에 정보 들었나

본래 대주주들은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회사 주식을 쉽게 팔지 않는다. 회사의 경영권을 안정화하고,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꾸준히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H투자자문사 대표 라덕연씨가 주가 조작을 본격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2020년을 기점으로 다우데이타·서울가스 등 8종목의 주가가 큰 상승세를 보였으나 대주주들은 그간 주식을 따로 팔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장에서는 대주주들이 주가폭락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이례적으로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사전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내용이나 주가 조작 정황 등에 대한 정보를 모종의 경로로 접하지 않고서야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를 중대 범법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대주주들의 미심쩍은 주식 거래에 불법적인 부분이 없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주가폭락 사태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H투자자문사 대표 라덕연씨 측에 투자한 이들은 검찰과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해 대주주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진정인들은 김익래·김영민 회장의 폭락 직전 대량 매도에 대해 “김익래, 김영민 회장은 ‘공매도 세력’과 공모해 자신들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장외거래로 매도한 것처럼 꾸미고, 해당 주식들에 대한 매도 주문을 대량으로 제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하락시켜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진정인들은 키움증권 임직원이 김익래 회장의 지시에 따라 다우데이타 주식에 대한 매매계약 체결 등의 업무를 담당했으며, 김익래 회장과 공매도 세력에게 키움증권의 CFD(차액결제계좌) 현황 등의 자료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진정인들에 따르면 김익래·김영민 회장과 결탁한 공매도 세력은 서울가스와 다우데이타의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리기 위해 지난달 18~24일 김영민 회장으로부터 매수한 서울가스 주식을 팔아 치우고, 21~24일 김익래 회장으로부터 매수한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도했다. 이에 따라 서울가스와 다우데이타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달 24일 이후 반대매매 등을 통한 하한가 행진이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 진정인들의 주장이다.

◇대성홀딩스에 대한 의혹도..대성 측 “사실 무근”

한편 라씨 일당에 대해 잘 알고, 라씨가 투자했던 업체 등에서 일했던 핵심 관계자들은 김영훈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성홀딩스에 대해서도 라씨와 관계된 회사에 투자한 이력을 거론하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대성홀딩스의 자회사인 대성창업투자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일자리창출투자펀드를 조성해 라씨가 지난해부터 경영권을 행사한 ‘얍컴퍼니’라는 IT업체에 2015년 7월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얍컴퍼니 주식 33만3334주를 20억4000원에 매수했다. 1주당 가격은 6000원이었다.

대성창업투자의 투자 시점은 라씨가 얍컴퍼니 쪽에 투자하고 회사를 장악했을 때보다 7년 앞선다. 투자 시점만 놓고 보면 라씨와의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라씨 관련 업체에서 일했던 핵심 관계자들은 한때 라씨의 최측근으로 주가 조작에 가담했고, 라씨 일당의 행각을 언론과 금융당국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김모씨가 얍컴퍼니와 오랜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CEO직속’이라는 직함으로 얍컴퍼니 법인차량을 2015~2016년쯤부터 제공받았을 정도로 얍컴퍼니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고, 얍컴퍼니 안경훈 대표와도 친분이 두터웠다. 핵심 관계자는 “얍컴퍼니 안경훈 대표도 평소 ‘대성 회장을 안다, 대성 회장도 우리 회사에 투자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얍컴퍼니가 대성으로부터 자금 상환 독촉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핵심 관계자들은 김씨가 언론과 금융당국에 제보하기 전 자신이 아는 재력가와 유력 기업인들에게 주가 폭락과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흘리고 다녔다는 점, 안경훈 대표가 대성 회장과 친분이 있다고 말한 점 등을 미뤄 대성홀딩스 쪽에도 관련 정보가 모종의 경로로 흘러든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성홀딩스 측은 “김영훈 회장은 라덕연 일당은 물론 김씨나 안경훈 대표와 전혀 친분이 없고, 얍컴퍼니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며 “투자를 했던 것도 대성창투가 당시 얍컴퍼니가 유망해 보인다고 판단해 회사 차원에서 다른 투자사와 함께 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넣었을 뿐이고 수많은 투자사 중 한 곳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성홀딩스가 지난해 8월부터 서울가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 것에 대해서도 핵심 관계자들은 의혹을 제기한다. 김씨가 주변에 라씨 일당의 행각을 폭로하겠다고 말하고 다닌 시점이 지난해 8~9월쯤부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대성홀딩스 측은 “오랜 기간 서울가스 주식을 보유해왔으나 장부가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가 너무 낮아 매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1~2년간 주가가 급등해 지난해 8월쯤 매각할 수 있었다”며 “주가 폭락 직전 고의로 매도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