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막판에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에 몰려갔던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SVB 파산 직전 서학개미들의 이 회사 주식 보유액은 5억원이 채 안 됐지만, 파산 전날과 당일인 3월 9~10일 국내 투자자들은 이 회사 주식을 181억원이나 사들였다. 하지만 이 회사가 파산 후 상장폐지되면서 서학개미들의 주식 보유액은 거의 날아가 버렸다.

13일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실이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SVB파이낸셜그룹(SVB 모회사) 주식 보유 금액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기준 약 312억원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28일)엔 나스닥 시장에서 이 회사가 상장폐지되면서 보유액이 약 1억2000만원으로, 하루 만에 99.6%나 감소했다. 보유 주식수(22만1899주)는 변함이 없었는데, 주가 폭락으로 주식이 휴지 조각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

SVB 주식은 파산일인 지난달 10일부터 나스닥 거래소에서 매매가 정지됐다. 그런데 28일 상장폐지되면서 미국 장외시장으로 옮겨졌고, 거래가 풀렸다. 주가는 거래정지 직전 주당 106달러에서 재개 당일 0.4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SVB 파산 직전 저가매수한다며 주식을 산 서학개미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SVB 파산 이후 글로벌 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아직 은행 실패는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은행권 혼란 속에 자산과 부채의 불일치 등 여러 재무적 문제가 드러났다며 “일부 은행은 이 같은 행동을 지속하며 주주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