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많이 오른 종목 상승률은 코스피의 13배를 넘었다.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등이 호재로 작용했지만,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냉정한 분석도 나온다. 양극재 업체의 목표 주가가 증권사에 따라 2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등 향후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국내 대표적 양극재 제조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44%가량 상승했다. 2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1%)의 13배가 넘었다. 다른 양극재 업체인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도 올해 주가가 각각 81%, 51% 급등했다.
◇양극재 대장주, 카카오와 어깨 나란히
주가 급등의 효과로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 약 9조원에서 현재 22조원으로 늘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를 통틀어 시총 순위가 39위에서 13위로 훌쩍 뛰었다. 셀트리온(약 21조원)과 삼성물산(20조원)을 이미 제쳤고, 이젠 카카오(27조원)를 넘보는 수준까지 덩치가 불어났다. 모회사인 에코프로와 시총을 합하면 약 35조원으로 네이버를 제치고 ‘시총 톱10′ 안으로 들어올 정도다.
양극재 종목의 ‘질주’는 올해부터 시행된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RA에 따라 미국 소비자가 전기차를 살 때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전기차 주요 부품인 배터리 관련 사업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배터리의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을 정도로 핵심 소재이기 때문에 ‘IRA 특수’를 누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중국에서 테슬라 등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양극재 업계에 희소식이다.
◇증권사 별로 2배 이상 차이나는 ‘양극재 목표주가’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러 가지 호재를 감안하더라도 최근과 같은 주가 고공 행진은 과도한 면이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글로벌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0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매도)’로 내면서 목표 주가를 13만원으로 제시했다. 주가가 3일 종가(23만2000원)보다 40% 이상 빠져야 적정 주가라는 얘기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이 회사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류’로 하향하며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미래 이익을 반영해, 당분간 이를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반대로 “아직 덜 올랐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 31일(현지 시각) 발표된 IRA 세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국 내에서 생산된 양극재를 장착한 전기차도 미국에서 세액 공제 대상이 됐는데, 이것이 또 다른 ‘굿 뉴스’가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엔 ‘국내 생산 양극재’의 혜택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다. 유안타증권은 3일 보고서에서 “(IRA 가이드라인에 따라) 양극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를 현재보다 높은 26만1000원으로 올려잡았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지난달 보고서에서 이 회사 목표 주가를 31만원으로 봤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기준으론 양극재 기업 주가가 과열된 측면이 있고,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번 IRA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양극재 업체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 시설을 더 늘린다면, 회사의 역량 자체가 더욱 성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