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자동화된 투자 자문) 서비스가 우후죽순 등장하는 가운데, 로보 어드바이저도 ‘주인’인 투자자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자산 배분 재배치 명령을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4월 출시한 로보 알고리즘 투자 서비스 ‘로보굴링’ 가입자 1만1212명의 계좌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최고 수익률을 달성한 계좌와 최저 수익률 계좌의 수익률이 30%포인트 넘게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계좌는 가입 기간 이후 이달 20일까지 코스피 대비 20.91%포인트 초과 수익률을 냈고,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계좌는 같은 기간 코스피 대비 수익률이 10.22%포인트 낮았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갈랐을까.

이 증권사가 자체 분석한 결과, 초과 성과를 낸 투자자들은 로보 어드바이저 프로그램이 제시한 리밸런싱(rebalancing·포트폴리오 조정)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은 통상 가입 초기에 본인의 투자 성향과 관심 분야, 리밸런싱 주기 등을 설정한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시장 상황이 변하거나 관심 분야·종목에 가격 변동이 있을 경우 리밸런싱을 자동 제안하도록 설계돼 있다. 성과 우수자는 이때 제안대로 리밸런싱을 실행한 비율이 62%였던 반면, 성과 저조자는 34%에 그쳤다.

또 초과 성과를 많이 낸 투자자는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일부 국가와 테마형 ETF(상장지수펀드)를 빠르게 편입하는 순발력도 보였다. 지난해부터 올 초 사이에는 인도, 전기차, 2차전지 같은 테마가 주효했다.

김상훈 삼성증권 디지털마케팅담당 상무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2030세대보다 4050세대가 로보굴링에 가입이 더 많았는데, 4050세대는 다양한 직·간접투자 경험이 있어 자산 배분 조정 제안을 받아 본인의 주관적 판단을 더해 결정을 내리는 ‘자문형 투자’에 더 익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