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KT&G의 사내(社內) 기관 6곳이 보유한 지분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주총은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들이 KT&G 측과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인데, 우호 세력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이 보유한 지분이 의결권 기준 11%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기관들이 보유한 지분 대부분은 KT&G가 보유하던 자사주를 무상으로 출연받은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KT&G 장학재단·우리사주조합·사내근로복지기금 등 사내 기관 6곳이 보유한 KT&G 주식은 약 1285만주다. 발행 주식(1억3729만주)의 9.4%에 달한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7.4%) 지분율보다 높다. 주총에서는 KT&G 보유 자사주(2101만주·15.3%)는 제외하고 지분율을 계산하기 때문에, 주총 지분율은 11.1%에 달한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관이 보유한 주식 중 적어도 1085만주(84%)는 지난 2002년부터 2019년까지 18년간 KT&G로부터 무상으로 출연받은 것이다. 즉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장기간에 걸쳐 사내 기관들에 배분한 것이다. 본래 자사주 취득은 회사가 유통 주식 상당량을 사들인 뒤 소각해 주가를 부양하는 주주 환원책인데, KT&G는 결과적으로 사내 기관들의 의결권을 키우는 데 쓴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이에 대해 “소액주주의 이익에 배치된다”고 공격하고 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회사(KT&G)가 들고 있을 땐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에 대해 기관 출연으로 의결권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사주 마법’을 부린 셈”이라고 했다.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에선 자사주 취득 시 자동으로 소각이 이뤄지거나, 특정 기관에 출연하려는 경우 신주 발행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KT&G 측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장학재단 등 기관들에 출연한 것이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KT&G 관계자는 “각 기관은 주식 보유에 따른 배당금으로 여러 복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KT&G 복지재단과 장학재단의 사업 규모는 연간 20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KT&G 측은 장학재단 등 각 기관이 독립적으로 주총 의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일부 전문가들은 독립적 의결권 행사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주총에선 행동주의 측의 ‘주당 1만원 배당’ 주장과 회사 측의 ‘주당 5000원 배당’ 입장 등이 첨예하게 맞붙을 예정인데,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사내 장학재단·복지기금 등이 사측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현재 장학재단 이사장은 백복인 현 KT&G 사장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회사의 입김이 미치는 기관들이 독립적으로 의결한다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