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②/③ 편에서 계속
금융제도 전문가인 서정의 한국은행 국장과의 대화는 한국 금융산업이 안고 있는 4가지 문제점을 주제로 삼아 계속 이어졌다. 앞에 3가지 문제점에 대해 깊이 있는 답변을 들었다. 4번째 문제점에 대해 질문을 했다.
금융산업 문제점 ④
:지나친 금융 규제
—한국 금융산업의 네번째 문제점은?
“민간 금융기관의 자율성이 지나치게 억제되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의 자율성은 국가 차원에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민간의 자율성은 국가 성장잠재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민간의 자율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금융개혁이 시급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의 기본 개념이 너무 혼란스럽다. 그 중 가장 혼란이 극심한 사례는 아마도 금융감독과 관련한 개념일 것이다.
금융제도는 금융시장, 금융기관, 금융규제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금융규제는 금융감독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금융규제 vs 금융감독
—어떻게 다른가?
“구체적으로 말하면 금융규제란 국가 내에서 이뤄지는 일체의 금융활동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모든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의미한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또한 이러한 법률적 틀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당연히 금융규제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금융감독은 뭔가?
“금융규제를 다시 세분해 보면 통화정책과 금융감독으로 나눌 수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금융제도의 한 축인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해야 할 책임을 진다. 반면 금융감독 당국은 주어진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또 다른 금융제도의 축인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책임을 진다.”
관치 금융
—문제가 뭔가?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감독을 금융규제와 같은 의미로, 때로는 금융규제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중앙은행을 제껴두고 금융시장 안정까지도 금융감독의 책임인 것처럼 금융감독 당국이 행동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까지도 금융감독 당국이 마구 벌이고 있다.”
—예를 들면?
“은행의 예대금리 설정에 직접 개입하는가 하면, 예대금리차 공시를 무슨 중요한 정책인양 추진하고 있다. 이 또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희한한 현상이다. 민간 금융기관의 자율성은 온데간데 없다. 금융감독은 금융규제의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이러한 행태는 오히려 그 테두리까지 벗어나고 있다.”
LTV와 DTI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들어달라.
“은행 대출과 관련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을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 수단으로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외국에도 이런 제도가 있지 않나?
“있긴 하지만, 그 비율을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지는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가계부채가 사회적 이슈가 되니 금융감독 당국이 이 기준을 금융감독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책 수단으로 사용할 때 무슨 문제가 있나?
“이 비율을 정부가 통제 수단으로 사용했을 때 원하는 성과를 거둔다는 학술적인 연구 결과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을 통제 수단으로 쓰려고 한다면 최소한 이들 비율을 한 단위 조정했을 때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늘어나거나 줄어든다는 정도의 경험적 학술적 증거는 뒷받침되어야 할 것 아닌가? 그냥 이렇게 하면 가계부채도 잡히고 집값도 잘 통제되겠지 하는 선입견을 갖고 시행하고 있을 뿐이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인가?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는 마치 그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약을 환자에게 마구 처방하는 꼴이다. 지난 정부 때 LTV, DTI 등을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나? 그래서 집값이 잡혔나? 오히려 새 정부 들어 한은이 금리를 올리니 집값이 잡히지 않았나?”
BIS 자기자본비율
—그래도 은행들의 지나친 대출 경쟁을 막는데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금융감독의 기본은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은행을 대상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금융감독 당국이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은 오로지 BIS 자기자본비율 규제이다. 은행의 자기자본이 대출 같은 위험가중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 유지하도록 해, 예컨대 대출 원리금 상환이 연체되거나 부도가 나더라도 은행이 망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나?
“BIS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은행의 건전성을 유도함에 있어 참으로 세련되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은행의 위험한 자산운용 행태를 자기자본비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어함과 동시에 그 테두리 내에서 은행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 규제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은행들이 BIS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업무를 추진할 경우 어떠한 업무를 취급하건 금융감독 당국이 이에 일체 개입하지 않는다. 개입할 권한도 없고 이유도 없다. 그 뿐이다.”
—은행들의 대출 경쟁이 과도해도 그냥 돠둔단 말인가?
“사전적으로 은행 대출이 과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만약 은행의 대출 경쟁이 진짜로 과다하게 이루어져 금융시장이 과열된다면 이는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중앙은행이 나서야 할 문제이지, 금융감독 당국이 나설 문제는 아니다. 금융시장 안정에 있어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태를 보이는 사례는 있을 수 없다.”
부동산 대출 과열경쟁 막으려면
—저금리 때 은행들이 대출경쟁을 벌이면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금융시장 안정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의 임무이다. 경기 과열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해야지, 금융감독 당국이 부동산 대출을 규제해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서 국장이 말을 이어 갔다.
“여러 번 강조했지만, 금융감독 당국이 민간은행의 대출을 과목별로 통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은행의 자율성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BIS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은행의 위험한 자산운용 행태나 지나친 대출경쟁을 제어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이처럼 은행의 자율성을 그냥 억제하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할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은행 부동산 대출을 LTV 등을 활용해 규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 그런 사례를 전혀 보지 못했나?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에는 은행으로 하여금 10년인가 하는 정도의 오랜 기간에 걸쳐 LTV 비율을 100%에서 95%로 낮추도록 권고한 적이 있다. 그 정도 수준이다.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부작용이 크지 않다면 외국 금융감독 당국이 사용하지 않는 정책도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LTV, DTI 등을 은행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은행의 자율성이 억제되고, 그로 인해 국가 금융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난 은행은 파산시켜야
—부작용의 예를 들면?.
“은행이야 금융감독 당국이 담보 주택 가격의 40%~60% 내에서만 대출을 해주도록 통제하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도 별 문제가 없다. 부동산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절반 이하로 하락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 그냥 숨죽이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대출 이자를 받아 연간 수십조원씩 이익을 내며 직원들 성과급을 주면 된다. 은행이 자율성을 포기하고 복지부동 하는 대가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만큼 국가의 성장잠재력이 침식될 수 있음을 정말로 유념해야 한다.”
—만약 은행이 영업을 잘못해서 BIS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청산을 해야 한다. 청산할 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 일단 국유화 시킨 뒤에 최대한 빨리 매각해 민영화 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업무는 원래 위험을 떠안고 하는 사업이다. 위험을 하나도 떠안지 않고 누워서 떡먹는 장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노무현의 금융개혁 시도
이야기의 주제가 정부의 금융개혁 작업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에 한국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추진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왜 안됐다고 보나?
“금융산업의 실상을 잘 모르고 정치적 동기에서 추진했기 때문에 성과가 없었다고 본다. 한 때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되겠나?”
—왜?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들은 한국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자율적인 영업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한국에 들어와서 은행업을 하려면 다른 업무는 모두 다른 금융기관에 넘기고 예금과 대출 업무만 해야 한다. 더구나 감독 당국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지켜라, DTI(총부채상환비율) 지켜라 하면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은행 영업을 하려고 하겠나?
그동안 들어왔던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한국에 와서 적응을 못하고 많이 나갔다. 그들이 한국의 누구에게 적응을 못했겠나? 금융소비자겠나? 금융감독 당국이겠나? 외국 은행이 한국에 올 유인이 없는데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의 은행들, 수익성 낮다?
—한국의 은행들이 과점으로 큰 이익을 내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 은행에 비해 수익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은행의 수익률은 한 단위의 자산이 얼마나 이익을 냈는가 하는 기준, 즉 ROA(자산기준수익률)를 기준으로 많이 따진다. 이 기준으로 보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은행은 우리나라 은행들보다 수익성이 높다. 이에 반해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 은행들의 수익률은 우리나라 은행들보다 낮다.
그러나 이런 지표만으로 우리나라 은행의 수익성이 미국 은행들보다 뒤떨어진다고 보는 것은 곤란한다. 특히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은행들이 과점 이익을 누리는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곤란하다.”
—미국 은행들의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미국 은행들은 인구 밀도가 낮아 대출 재원으로 쓰는 예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출 채권을 수시로 팔아 받은 돈을 다시 대출해 주는 방식을 쓴다. 보유 채권을 팔면 자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분모가 작아지면서 이익률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우리나라와 유럽의 은행은 인구 밀도가 높아 예금이 그리 부족하지 않다. 그래서 대출 채권도 장기 보유하기 때문에 자산 규모가 커서 ROA 기준 이익률이 낮게 나타난다.”
—다른 나라들은?
“캐나다나 호주 등 미국과 유사하게 인구밀도가 낮은 국가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이유로 ROA가 높게 나온다. 즉 대출채권 유동화 과정에 의해 ROA 기준 수익률이 크게 영향을 받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결과로 나타나는 ROA만을 가지고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성이 미국 은행들보다 낮다느니 또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과점 이익을 크게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개혁방안 미흡
시계가 오후 6시 30분을 향해 간다. 오랫 동안 한국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서 국장은 30년 이상 한국 금융제도를 연구해온 전문가답게 자신의 주장이 명확했고, 피부에 와닿는 사례를 많이 들어가며 쉽게 설명했다. 독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시각, 정부의 홍보와는 다른 견해도 많았다. 한국 금융의 후진성과 그에 따른 국민과 국가의 피해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새로운 선진금융시스템에 대한 열망에 그는 4시간이 넘도록 지치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지을 시간이다. 어려운 내용의 인터뷰가 장시간 계속됐기에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 국장이 대화 중간중간에 언급했던 주장과 해결책들을 요약정리하는 질문들을 마지막에 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개혁을 언급한 이후 정부가 내놓고 있는 개혁 방향을 평가하면?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금융개혁의 접근 시각과 문제점 해결 측면에서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또 논의되고 있는 해결책이 근본적이지 못하고 지엽말단적인 것이 많다.”
개혁의 출발은 은행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 금융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국민들이 금융비용을 많이 부담하고 있고 국가경쟁력 강화도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금융시스템의 혁신은 최고의 금융기관인 은행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은행의 진입을 시장의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허용해, 대형 은행과 소형 은행이 동등하게 경쟁하게 할 수 있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우리나라 은행 산업을 미국이나 유럽처럼 가꾸어 나가면 국민의 절반 정도가 차별받는 금융 환경이 없어질 것이다.
많은 국민이 제도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상황을 국가가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는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보험사, 카드회사, 상호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 뿐 아니라 신규 진입을 원하는 참가자들이 모두 은행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뜻인가?
“보험사는 별개 문제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예금과 대출 업무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투명한 은행 설립 요건을 바탕으로 금산분리 원칙에 부합하는 한 은행으로의 전환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신규 진입을 원하는 참가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은행·보험·증권으로 재편
—기업이 소유한 금융 회사들이 모두 은행이 되면 고객의 예금을 부실한 자기 회사의 부도를 막는데 동원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은행이 되려면 은행법 규정에 맞게 기업 대주주들이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금융개혁이 완성되면 한국의 금융산업은 어떻게 분류될까?
“미국처럼 은행, 증권회사, 보험사로 크게 3분 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서부개척 시대에 철도가 건설되면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으나 당시 은행의 대출여력이 높지 않았다. 그래서 자금을 대부분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까닭에 투자은행(증권회사)이 발전했다. 미국에서는 대공황 이후 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시켰다.
반면 유럽에는 증권회사가 없이 은행과 보험 2개 업종이 주류를 이룬다.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으니 은행 예금이 충분하고, 그래서 은행 대출이 회사채 발행보다 간편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기 보다는 은행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금융개혁의 모델
—한국의 금융개혁이 지향해야 할 모델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유럽과 매우 비슷하다. 땅은 좁은데 인구밀도가 높다. 유럽에서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유럽과 우리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유럽은 자본주의 발생지이고 상업자본주의가 꽃을 피웠다. 이런 환경에서 은행이 300~400년 동안 기업과 관계를 정립하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유럽에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의 관계는 어떤가?
“유럽에서는 은행이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는 사례는 별로 없다. 그래서 금산분리, 즉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억제하려는 논의도 없다. 필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유럽에서 기업이 은행을 운영하는 사례를 하나 든다면?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이 설립한 폭스바겐은행이 있다. 은행감독 당국의 규제를 다른 은행과 똑같이 받고, 모든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동차 할부금융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업무를 캐피탈 회사들이 하는 반면, 독일은 작은 은행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허가를 자유화하고 은행이 다양한 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배려하면 이렇게 유럽의 소형 은행들처럼 우리나라 은행들도 스스로 알아서 살아갈 영역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한국은행의 임무
—금융개혁에서 한국은행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금융시장, 금융기관 등을 둘러싼 금융제도의 기본틀은 중앙은행과 뗄래야 뗄 수 없다. 그 자체가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연결된다.
중앙은행이 금융제도, 그 중에서도 은행산업에 관심이 없을 수는 없다.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안정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중앙은행이 이를 방관해서도 안될 것이다. 앞으로 은행산업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검토도 있을 것이고, 때가 되면 중앙은행으로서의 공식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자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에 관심이 많을 듯해 서 국장에게 질문을 몇가지 던져 보려고 했다. 그러나 인터뷰의 메인 주제와 결이 많이 다르다며 그가 다음을 기약했다.
(‘이어 보기’ 아이콘이 작동하지 않으면 검색창에 ‘서정의 금융’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