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많아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내부 거래를 문제 삼는 사례도 많아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가 기대된다.”
지난달 발간한 한국투자증권의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 다이제스트’ 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불과 한 달여 전이지만, 당시만 해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촉발한 이른바 ‘SM 경영권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이다. 이 보고서가 나오고 3주 뒤 SM 은 얼라인의 요구대로 경영 개선안을 내놨다. 이후 카카오가 SM 지분 인수를 밝혔고, 그 반작용으로 업계 1위 하이브도 인수전에 뛰어들며 주가에 불꽃이 튀었다. SM 주가는 보고서 이후 현재(24일)까지 60%가량 올랐다. 증권 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 보고서가 업계 중요 이슈를 시의성 있게 잘 짚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달 조선일보와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공동 주관한 ‘2022년 리서치 우수 증권사 및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ESG 리서치 우수 증권사’로 선정됐다.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ESG 정보를 선별해 구체적이면서도 시의적절하게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결과다. 최근 2~3년간 기업의 재무적 요소 외에 사회적 기여나 환경 보호 같은 역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이 작성하는 ESG 보고서의 중요도도 상승했다.
◇ESG 펀드매니저들이 찾아보는 한투 ESG 보고서
각 증권사가 점점 더 많은 ESG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한투증권 보고서의 ‘깊이’는 남다르다는 것이 일선 자산운용사 소속 ESG 펀드 매니저들의 평가다. 한 매니저는 “많은 보고서가 ESG 관련 국내외 뉴스와 관련 지표를 나열하는 수준인데 반해, 한투의 ESG 보고서는 그때그때의 ‘ESG 핫 이슈’를 잘 잡아내 독자적이고 깊이 있는 분석으로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자체 세미나를 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한다”고 말했다. 최근 다룬 이슈는 ‘자사주 소각까지 확대되는 주주 환원’ ‘불투명한 배당제도의 문제점’ ‘재활용 가능한 바이오플라스틱’’친(親)ESG 적인 우주 항공 방위사업체’ 등이다.
질 좋은 보고서가 나올 수 있는 건, 그만큼 연구 인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작년 초 ESG 전담팀을 만들고 2명의 수석 연구원을 비롯해 총 4명의 연구원을 배치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본부 가운데 ESG 전담팀을 꾸린 것은 이 회사가 최초다. 그 규모도 업계 최대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한 연구원이 ESG와 종목 분석을 동시에 하는 곳도 있지만, 한투증권은 해당 팀이 오로지 ESG 이슈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한투증권은 지난 1년 간 38건의 ESG 보고서를 냈다.
ESG전담팀은 국내 기업들의 ESG 성과를 평가하는 자체 점수 체계도 개발했다. 기존에 한국ESG기준원이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등 기관에서 평가하는 등급이 있지만, 기업 가치에 좀 더 직결되는 지표들의 가중치를 늘려 별도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 업계 첫 석탄 투자 중단… ESG 경영도 챙긴다
한국투자증권은 ‘ESG 연구’뿐 아니라 ‘ESG 경영’에도 강점을 보인다. 지난 2020년 8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석탄 관련 투자를 중단했고, 핀란드와 미국의 풍력발전 단지 지분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 또 2021년엔 이사회 산하에 정일문 사장이 참여하는 ESG 위원회를 신설해 지배 구조를 개선하고 사회 공헌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ESG 현안을 선제적으로 포착해 투자 기회를 찾는 것이 ESG 연구의 핵심”이라며 “ESG 투자뿐 아니라 기업의 ESG 경영 전략 수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