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여의도 증권가에선 전날 미국에 새로 상장된 독특한 상장지수펀드(ETF)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뉴욕의 신생 운용사가 상장한 ‘언유주얼웨일즈 서버시브 민주당 트레이딩 ETF’인데요.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보유한 주식을 집계한 뒤, 이 종목들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같은 방식의 공화당 버전 ETF도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증권맨들은 “미국에 다양한 ETF가 있지만, 의원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건 처음 본다”는 반응입니다.
미국 연방의회 의원들은 본인 또는 배우자가 1000달러 이상의 주식을 거래한 경우, 관련 정보를 45일 안에 당국에 보고해야 합니다. 이 거래 정보는 의회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에 공개됩니다. 이번에 상장된 ETF는 이렇게 공개된 종목 정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상품입니다.
미국에선 의원들의 주식거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습니다. 의원들이 업계의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의원이 주식거래 관련 보고를 하지 않거나 시일을 넘겨도 벌금이 200달러(약 25만원)에 불과합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황이 이렇자, “막을 수 없다면, 같이 벌자”는 심정으로 이런 상품까지 나온 겁니다. ETF를 통해 의원들의 주식 투자 수익률을 모니터링하는 가외의 효과도 있습니다.
한국에선 이런 ETF가 출시될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우리나라도 국회의원들의 주식 보유 내역이 공개되지만, 미국처럼 수시 공개가 아니라 1년에 한 번 정기 공개 방식입니다. 이렇다 보니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의원님 포트폴리오’를 따라갈 수가 없게 됩니다.
‘의원 보유 종목 ETF’가 한국거래소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심사 항목 중 ‘적정성’과 ‘건전성’이 있는데, 기업 본연의 가치가 아닌 의원들의 투자 여부만 보는 상품은 이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회를 의식하는 금융 당국 눈치도 봐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였습니다. 엉뚱한 것 같지만 참신한 미국 ETF 문화가 아직 우리나라에 도입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당국의 기준처럼 적정하고 건전하게 투자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