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가에서 챗GPT(ChatGPT)에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꼽으라면 “아직 안 오른 ‘챗GPT 관련주’는 없느냐?”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가 작년 11월 공개한 AI 챗봇(채팅 로봇)인 ‘챗GPT’와 관련된 기업의 주가들이 국내외 증시에서 2~3배씩까지 수직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챗봇 개발 업체 코난테크놀로지의 주가는 작년 말 2만8250원에서 지난 6일 9만2300원으로 올 들어 227%나 치솟았다. 코스닥은 물론 코스피까지 합쳐 상장사 2600여 곳 중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작년 말 160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이 최근 6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이용자의 질문을 받으면 유사 표현까지 모두 검색해 자료를 제공하는 AI 기반 챗봇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AI 개발 업체들인 셀바스AI(100%), 마인즈랩(68%), 솔트룩스(66%) 등도 올 들어 급등했다. 미국 증시에서도 빅데이터 분석 업체 ‘C3.ai’(146%)나 대화형 AI 개발 업체 사운드하운드(128%) 등이 100% 넘게 올랐다.

AI 프로그램 개발 업체부터 반도체, 음원 업체까지 약간이라도 AI 챗봇과 관련이 있으면 주가가 들썩인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챗GPT에 대해 “스치는 모든 종목에 날개를 달아주는 요술봉 같다”는 말이 나온다.

◇ 반도체·음원·인터넷 매체 주까지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챗GPT의 수혜를 입고 있다. 전 세계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미국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 들어 44%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 상승률(7%)의 6배가 넘는다. GPU는 데이터 연산을 도맡아 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AI 서버(클라우드)의 핵심이다.

경쟁사인 AMD의 주가도 올 들어 29% 올랐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각각 11%, 19% 올랐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 본부장은 “올 하반기부턴 메모리 감산 효과와 더불어 AI 수요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반도체 주가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챗봇과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기업들의 주가도 훌쩍 뛰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원 관련주다. 지난달 구글이 문자를 음원으로 바꿔주는 ‘뮤직LM’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는데, ‘음악계의 챗GPT’로 주목받았다. 뮤직LM은 ‘평화로운 숲속을 거니는 느낌’ ‘1980년대 미국 헤비메탈’ 등 문구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음악을 생성해준다. 국내 음원 관련주에도 기대감이 몰리며 NHN벅스(38%), 지니뮤직(33%) 등이 상승했다. 실제 지니뮤직은 작년 말 AI 기술을 이용해 크리스마스 캐럴 음악을 작곡해 배포했다.

심지어 “사업에 챗GPT를 활용할 예정”이라는 발표만으로 주가가 치솟기도 한다. 지난달 말 미국의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가 ‘챗GPT’를 퀴즈 등 자체 콘텐츠 제작에 이용하겠다고 밝히자 0.95달러였던 주가가 이틀 만에 3.87달러로 300%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 “실현 가능성 따져야”

금투 업계 전문가들은 AI 챗봇의 향후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전망이 밝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묻지 마 식으로 오르는 ‘챗GPT 관련주’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AI를 활용한다고 무조건 투자해선 위험하고, 업체가 개발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실용적이고 실현 가능한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메타버스’와 ‘NFT’라는 말만 붙이면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들의 거품이 빠르게 꺼진 선례가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급등 종목은 최근 주가에 거품이 끼어 단기적으로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