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코스피 기업 중 ‘매출액 톱10′에 투자합니다. 시가총액 비율로 매수하고, 매월 종목을 조정합니다. 운용사가 어디냐고요? 제가 직접 합니다.”
최근 개인 투자자가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하는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 펀드매니저가 아닌 투자자가 스스로 종목과 투자 비율을 정할 수 있는 신종 상품이다. 요즘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주식 정보를 접하며 자산 관리 안목이 넓어진 개미들이 ‘내돈내투(내 돈으로 내가 직접 투자)’ 할 수 있는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NH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다이렉트 인덱싱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NH투자증권 앱을 통해 자기만의 투자 패턴을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금 500만원으로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현대차를 각각 60%·30%·10% 사는데, 주가 등락에 따라 비율이 어긋나면 1개월마다 자동 보정하는 식이다. 나만의 안정된 투자 지수(index)를 만드는 셈이다. 기존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기성복’이라면, 이건 ‘맞춤 양복’에 가깝다.
◇수천 종목을 배당률·매출액으로 ‘내림차순’ 정렬
업종 간 혼합 투자도 가능하다. 기존 ‘메타버스 테마 ETF’에 들어있는 카카오·네이버 등 종목들에 NHN을 비롯한 웹툰 관련주 종목을 추가해 자기만의 ‘메타버스+웹툰’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아직은 베타 서비스 기간이라 모의 투자만 가능하다. 정식 출시되는 다음 달부터 실제로 투자를 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정식 출시 전인데도 이미 수천 명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핀테크 업체 ‘두물머리’도 작년 8월부터 투자 국가·업종·전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다이렉트 인덱싱 베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개인이 스스로 투자 전략을 짜기 때문에 수많은 투자 종목을 특정 기준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렬하는 기능이 중요하다. KB자산운용이 올 상반기 출시를 앞둔 다이렉트 인덱싱 플랫폼은 한국 코스피·코스닥과 미국 S&P500·나스닥100의 수천 종목을 주가 순자산 비율(PBR), 배당률, 매출액 등 다양한 기준으로 줄 세울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PBR이 2보다 낮은 저평가 기업들을 일단 추려내고 이를 매출액 순으로 재차 정렬한 뒤 그중 배당률이 낮은 종목은 제거하는 식의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KB운용 관계자는 “고객마다 중시하는 투자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편집 도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이렉트 인덱싱, 2025년까지 1800조 규모 성장”
해외에서도 최근 다이렉트 인덱싱 산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세계 1위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2020년 다이렉트 인덱싱 업체 아페리오를 인수했고, 세계 2위 운용사 뱅가드도 작년 맞춤형 포트폴리오 업체 저스트인베스트를 합병했다. 미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글로벌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 규모는 2020년 3500억달러(약 400조원)에서 2025년 1조5000억 달러(약 18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다이렉트 인덱싱이 자유도는 높지만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신의 투자 방식에 확신을 가진 준(準)전문가 수준의 투자자에겐 긴요하겠지만, 대다수 개미에겐 펀드 매니저나 증권사 PB(프라이빗 뱅커)에게 믿고 맡기는 방식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일반으로선 다이렉트 인덱싱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결국 전문가 조언이 필요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종전 증권사 PB 상담 방식과 차별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도 “투자의 최초 밑그림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적지 않은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