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 침체에 대비해 무이자 할부 등 고객 혜택을 줄이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카드사들이 고액의 연회비를 받고 많은 혜택을 주는 ‘프리미엄 카드’는 어느 때보다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필요한 혜택을 찾아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일반 고객보다는 경기에 관계없이 일정한 씀씀이를 유지하는 고액 자산가나 소비 친화적인 MZ세대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통상 프리미엄 카드는 10만원 이상의 연회비를 받는 카드를 말한다.

◇프리미엄 카드 속속 출시

KB국민카드는 지난 10일 연회비 20만원을 받는 ‘헤리티지 스마트’ 카드를 출시했다. KB국민카드가 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프리미엄 카드 브랜드로, 앞으로 ‘헤리티지’라는 이름을 붙인 카드를 계속 발매해 프리미엄 카드 브랜드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헤리티지 스마트 카드는 특급호텔, 항공, 공연·전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15만원 할인 쿠폰을 연 1회 제공한다. 국내외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 국내호텔·공항 발레파킹 서비스도 제공된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기존 프리미엄카드인 ‘더 레드’보다 혜택을 강화한 ‘더 레드 스트라이프’ 카드를 출시했다. 연회비 50만원인 이 카드는 여행, 쇼핑, 레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20만원 상당의 바우처(이용권)와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특급호텔·공항 무료 발레파킹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카드 사용 실적 1000만원당 10만원 상당의 바우처가 연 최대 5장까지 지급된다. 현대카드는 ‘더 퍼플’과 ‘더 그린’ 등 다른 프리미엄 카드에도 혜택을 강화한 ‘스트라이프’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2018년 이후 4년간 프리미엄카드를 내놓지 않았던 하나카드도 지난해 하반기 연회비 15만원인 ‘하나 클럽H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리저브’ 카드를 출시했다. 전달에 50만원 이상을 사용할 경우 인천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국내 특급 호텔·인천 공항 무료 발레파킹, 공항 리무진과 공항 철도 편도 티켓 등이 제공된다. 삼성카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카드’와 제휴한 주축 프리미엄 카드 서비스가 올해 일부 종료되는 것에 맞춰 1분기에 비자카드, 마스터카드와 협력해 프리미엄카드 신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월평균 이용액, 일반 카드 회원의 4배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상품을 늘리는 이유는 고객과 사용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프리미엄 카드 회원 수는 2021년 전년 대비 24%(3만1200명) 증가했고, 작년엔 전년 대비 34%(5만4800명) 늘어났다. 프리미엄 상품인 ‘더 퍼플’의 월평균 사용액은 2021년 470만원에서 작년 570만원으로 1년 새 100만원이 늘었고, ‘더 레드’는 2021년 270만원에서 작년 290만원으로 늘었다.

프리미엄카드는 비싼 연회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카드를 소유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높은 혜택 때문에 고소득층과 자산가 고객층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경우 원하는 혜택만 확보된다면 10만원이 넘는 연회비라도 기꺼이 감수하는 만큼, 이들을 겨냥한 상품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카드 회원의 1인당 이용 금액은 일반 카드 회원의 약 4배에 이른다”라며 “프리미엄카드는 일반 카드보다 발급 매수가 적은 대신 한 번 가입하면 해지 없이 오랜 기간 이용하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했다.

카드 업계에선 더 이상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가 주기적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 단순히 회원 수와 사용량을 늘리는 전략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라며 “소비 규모가 큰 소수 고객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알짜 혜택을 제공하던 ‘혜자 카드’를 단종시키고 카드 사용한도를 줄이는 등 일반 고객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있는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카드 공략을 위해 고액 사용자만 우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