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증시가 얼어붙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하루 거래되는 주식 금액이 2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고,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도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마트폰 주식 앱 이용자 수도 연초 대비 36%나 줄었다. 날씨만큼이나 투심(投心)도 꽁꽁 얼어붙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코스피 시장의 거래 대금은 5조181억원으로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020년 1월 2일(4조6382억원) 이후 약 2년 11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올해 거래 대금이 가장 많았던 지난 1월 27일(20조5488억원)과 비교하면 11개월 만에 거래량이 4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12월 일평균 거래 대금도 6조원대로, 1월 평균(약 11조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주식 시장에서 돈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증시 그로기 상태”
주식 거래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증권 계좌에 넣어놓는 대기 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예탁금도 쪼그라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지난 19일 연중 최저치인 45조1317억원을 기록했다. 예탁금 규모는 이달 들어 줄곧 50조원대를 밑돌고 있는데, 70조원을 넘나들던 연초와 비교하면 30%가량 줄어들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시장에 활력이 사라지고, 힘이 빠져 그로기 상태”라고 했다.
통상 연말 무렵엔 증시 거래 대금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회계연도 장부가 마감하면서, 이 시기 기관 투자자들은 장부상 수익이나 손실이 변동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연말이 가까울수록 주식·채권의 거래량이 줄어든다. 올해는 경기 둔화 우려로 이런 추세가 더 심해졌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은 작년 12월보다 33%나 줄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15일 내년 미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5%로 대폭 끌어내렸고, 우리 정부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1.6%로 낮췄다. 연준은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더 올릴 예정이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등 월가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경기 부진을 예고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압도하며, 코스피가 13%씩 빠지던 지난 6월이나 9월 때보다도 더 거래 물량이 적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개미 500만명이 주식앱 끊었다
올 초부터 시작된 증시 추락이 ‘산타 랠리’(연말 주가 상승 현상)도 없이 계속되자,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나고 있다. 빅데이터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식 거래 점유율 상위 5개 앱(KB·삼성·미래에셋·NH투자·키움증권)의 이용자는 921만명으로, 올 1월(1438만명) 대비 517만여 명(36%)나 줄었다. 이용자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앱을 쓴 사람을 뜻하는데, 10개월 만에 개인 투자자 3분의 1 이상이 주식 앱을 그만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시 위축 현상이 내년 초까지 지속되거나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현재 상단 금리 4.5%)까지 올라가고, 소비가 계속 부진할 경우 증시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00선인 현재의 코스피 수준이 바닥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팀장은 “이번 하락 추세에서 코스피의 최저점 추정치는 2050포인트”라며 “내년 2분기 이후에야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