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4000억원 유상증자 참여 움직임과 관련해, “대주주 이호진 회장을 위해 태광산업과 태광산업 주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결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9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입장문을 내고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이는 대주주를 위해 태광산업 소액주주의 권리를 희생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에선 태광산업이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흥국생명에 약 4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조기 상환을 맞았던 5억 달러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조기 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채권 시장에 불안이 커지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콜옵션 행사를 위한 자금을 마련을 목적으로 대주주 일가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태광산업의 유상증자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태광산업 주요주주가 반기를 든 것이다.
태광그룹 모회사인 태광산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9.45%, 조카인 이원준씨(7.49%)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54.53%를 보유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현재 지분 5.8%를 가진 주요 주주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회장이 56.3%를 보유하는 등 친인척이 100% 지분을 가졌다. 상장사인 태광산업은 지분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트러스톤은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트러스톤 측은 “흥국생명은 이호진 회장을 비롯한 태광그룹 대주주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지분을 1주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대주주를 위해 태광산업과 태광산업 주주 희생을 강요하는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트러스톤은 또 “태광산업이 현재 보유 중인 1조2000억원의 현금자산 활용방안에 대해 회사 측이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해온 만큼,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는 이런 답변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과는 대주주가 독식하고, 위기 상황만 소수 주주와 공유하겠다는 발상으로, 태광산업 이사회가 이런 의사결정을 승인할 경우 법적 절차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태광산업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